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이른바 ‘롯데리아 4인방’ 중 하나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지시를 국군정보사령부에 전달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경찰과 검찰 등은 예비역인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의 비선으로 활동하며 배후에서 정보사 간부들을 움직여 계엄을 사전 모의했을 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20일 경찰과 검찰 등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계엄 3일 전인 지난달 30일 김 전 장관을 공관에서 독대했다. 이날은 김 전 장관이 여인형 방첩사령관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계엄 필요성을 강조한 날이다. 검찰은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 사이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확보 등의 구체적인 계엄 관련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특수단은 노 전 사령관 조사 과정에서 그가 김 장관과 계엄 전에도 수시로 통화한 정황을 포착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직전에도 김 전 장관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 전 사령관은 지난 1일에 이어 계엄 당일인 3일에 경기도 안산 롯데리아에서 군 관계자들과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1일 회동에는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과 정보사 소속 김모·정모 대령이 참여했지만, 계엄 당일엔 현역 군인이 아닌 예비역 김 전 대령이 노 전 사령관과 자리를 가졌다.
노 전 사령관은 1일 회동 당시 “선관위 전산 서버를 확인하면 부정선거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 사이에선 “김 전 장관 명령이 있으면 따라야 한다”는 취지의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모의한 계엄 관련 내용을 군 관계자들에게 공유했는지 등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방부 조사본부 등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은 20일 문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했다. 경찰은 지난 15일 문 전 사령관을 내란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지만, 검찰은 현직 군인에 대해선 군에서 사법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며 승인하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1일 ‘햄버거 회동’ 자리에 참석한 정보사 소속 대령 2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공조본은 이들 중 김 대령에 대해 지난 19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 대령은 법률대리인인 김경호 변호사를 통해 대국민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국민의 군대 지휘관으로서 잘못된 판단과 행동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리고자 한다”며 선관위 장악 시도를 사실상 인정했다.
최원준 한웅희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