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체포조’ 의혹 국수본 정조준… 警 “수사 무력화” 반발

입력 2024-12-20 00:01
취재진들이 1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입구에서 수사기획조정관실 압수수색에 들어간 검찰을 기다리고 있다. 국수본은 지난 3일 비상계엄 당시 국군방첩사령부의 요청에 따라 주요 정치 인사를 체포하기 위한 ‘체포조’에 강력계 형사들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이른바 체포조 동원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국방부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경찰 수사 총책임자인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하자 경찰 내부에선 “망신주기용 과도한 조치”라는 불만이 쏟아졌다. 검찰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필요 최소한의 범위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경찰 내부 불만은 커지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국군방첩사령부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방첩사가 국수본 관계자와 연락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은 방첩사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방첩사가 국수본에 체포조 지원을 요청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기 위한 체포조에 경찰이 강력계 형사 10명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국수본은 방첩사에 강력팀 형사 10명 명단을 제공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실제 경찰 인력을 투입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검찰은 경찰이 당시 실제로 형사 10명을 국회로 보낸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근 강상문 영등포서장과 윤승영 수사기획조정관 및 현장에 나갔던 영등포서 강력팀 형사들을 잇달아 소환 조사했다.

형법상 내란죄는 국헌 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는 것을 구성 요건으로 한다. 검찰은 체포조 명단에 여야 대표 등 핵심 인사들이 있었던 만큼 실제 체포 지시가 있었는지, 누가 관여했는지 등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체포조 동원 의혹의 정점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는지도 확인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체포조 의혹 입증은 국헌 문란의 목적과 연결되기 때문에 내란 목적의 입증에 있어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첩하기로 결정했지만, 자체적으로 필요한 수사는 계속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기소권이 없어 수사 후 검찰로 사건을 넘겨야 한다.

검찰이 전날 공수처에 윤 대통령 사건 이첩을 결정한 지 하루 만에 공조본을 정조준하자 경찰은 강력 반발했다. 특히 우 본부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은 선을 넘은 행태라는 반응도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직접 관련 없는 국수본부장의 휴대전화까지 압수하는 것은 전형적인 ‘망신주기’”라며 “수사 초반부터 주도권 경쟁을 해온 검찰이 기선 제압을 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수사 주체였던 우 본부장 등은 현재까지 참고인 신분이지만, 조만간 수사대상인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향후 공조본 수사 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비상계엄 사태 초반에 불거졌던 ‘셀프 수사’ 논란이 재현될 수도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우 본부장이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은 매우 작다. 설사 그렇게 된다고 해도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검찰 관계자는 “여야 대표와 국회의장에 대한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건 엄중한 사안”이라며 “어디까지 지시 관계 및 책임이 있는지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재현 신재희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