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군방첩사령부 요청을 받고 체포조를 동원한 의혹을 받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비상계엄 수사의 경찰 총책임자인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 휴대전화도 압수했다. 검찰이 내란 혐의의 핵심으로 꼽히는 ‘체포조 운영’ 의혹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검찰과 경찰 간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19일 경찰청 국수본과 영등포경찰서·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 10여명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경찰청 윤승영 수사기획조정관, 전창훈 수사기획담당관 휴대전화도 압수하고 이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현일 수사기획계장, 강상문 영등포서장,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의 휴대전화도 압수됐다.
국수본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방첩사 요청에 따라 주요 정치 인사 체포를 위한 ‘체포조’에 강력계 형사들을 지원한 의혹을 받는다. 방첩사는 비상계엄 당시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인사 14∼15명 체포를 시도한 곳으로 지목됐다.
검찰은 방첩사 요청을 받은 경찰이 일선 강력팀 형사 10명을 국회 근처에 대기시킨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특수본은 앞서 방첩사 관계자를 조사하며 계엄 당일 방첩사가 국수본 관계자와 연락한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방첩사가 국수본에 인력 지원을 요청하면서 ‘체포’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을 들었다는 경찰 관계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요청에 따라 군사경찰 수사관 10명을 지원한 의혹을 받는다. 조사본부는 수사관 100명을 파견해달라는 요청엔 응하지 않았고, 수사관 10명도 계엄 해제 후 복귀시켰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실제 경찰 체포조가 운영됐는지, 지시 및 관여자는 누구인지 규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내란죄 구성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는지’에 대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 본부장 등 주요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들은 대부분 참고인이지만, 수사 상황에 따라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수본은 “방첩사에서 여의도 현장 상황이 혼란하니 안내할 경찰관 명단을 요청했고, 강력팀 형사 10명 명단을 제공한 사실은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다만 “체포조 명목으로 명단을 제공한 건 아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불쾌감을 표출했다. 우 본부장은 언론 공지를 통해 “참고인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에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 체제로 흔들림 없이 계엄 사태를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수사가 국수본 수뇌부를 정조준하면서 검찰과 경찰 간 갈등 기류는 커지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이번 사태에서 수사 경쟁을 벌이다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요구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 결정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