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탄핵?” 민주 속내 복잡

입력 2024-12-20 03:18

더불어민주당이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6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추진 여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거부권 행사 시 탄핵’이라며 한 권한대행을 압박해 온 민주당이지만 실제 탄핵 절차에 들어갈 경우 국정 혼란 책임론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공포와 헌법재판관 임명 결정까지 한 권한대행에 대한 압박 기조를 유지하되 일단은 행보를 지켜본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19일 한 권한대행이 6개 쟁점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쓰자 즉각 비판 메시지를 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엄중히 경고한다. 내란 부역으로 판단되는 즉시 끌어내리겠다”며 “국민의 분노를 확인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거부권을 행사한 이름만 윤석열에서 한덕수로 바뀌었을 뿐 내란 정권의 망령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민주당 논평에서 탄핵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전날 “거부권을 쓴다면 탄핵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에 비해 어조가 누그러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소 잡는 칼을 닭 잡는 데 써서 되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한 권한대행 탄핵 추진의 실익을 놓고 고심하는 기류가 읽힌다. 일부 강경파는 “거부권을 사용했으니 즉각 조처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한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가 제1당 민주당 주도의 정국 안정 기조를 밝힌 상황이어서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추진이 불러올 역풍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윤 대통령 부부를 조준한 특검법 공포, 헌법재판관 임명 등 한 권한대행의 손을 거쳐야 하는 과제도 다수 남아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한 권한대행 압박을 이어가되 탄핵 카드는 잠시 보류하는 쪽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뒤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가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 수사 방해, 내란·김건희 특검에 대한 거부권 행사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심각한 평가가 있었다”며 “한 권한대행 탄핵안을 실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앞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정부로 이송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어느 것이 헌법과 법률에 맞는지 마지막 순간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특검법안의 재의요구 시한은 내년 1월 1일로, 오는 31일까지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론 내야 한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