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고, 더 다양하게… ‘특화 매장’ 이래도 안 오실래요?

입력 2024-12-23 02:05 수정 2024-12-23 16:18
프랜차이즈업계의 고질적 약점은 식상함이다. 여기에 이커머스까지 활성화되면서 프랜차이즈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는 더욱 줄어들었다. 외식·유통업계는 특히 이런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배달플랫폼의 활성화, 개인 브랜드의 약진 등 다양해진 선택지 가운데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건 프랜차이즈의 자본력과 아이디어를 동원한 ‘특화매장’이었다.

유통업계는 특화매장을 통해 모객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상품 판매에 초점을 둔 일반 매장과 달리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면서 기존의 고객층을 만족시킴과 동시에 새로운 고객층을 창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단지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매장을 찾는 게 아니라, 해당 매장에 가야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이 제공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물건구입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한솥도시락 청담플래그십 스토어

‘가성비 도시락’의 원조 한솥도시락은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모던한 분위기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1층은 직영 점포로 한솥도시락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2층은 한솥의 경영 역사를 볼 수 있는 아카이브 공간으로 마련했다. 부촌인 지역적 특성상 이른바 ‘가성비’ 있는 식사를 즐기지 못하는 직장인들에게 한솥도시락 플래그십 스토어는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지하 1층에는 ‘한솥 아트스페이스’가 마련돼있다. 지난 4월 개관 이후 4차례의 전시가 열리기도 했다.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

‘가성비 도시락’과 ‘청담동’ 만큼 어울리지 않는 듯한 조합이 또 있다. 바로 ‘배스킨라빈스’와 ‘AI’다. 배스킨라빈스는 생성형 AI를 도입한 ‘워크숍 바이 배스킨라빈스’를 서울 강남구 본사 사옥에 마련했다. 워크숍 바이 배스킨라빈스에서만 맛볼 수 있는 AI제작 플레이버들이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와사비맛, 오렌지 얼그레이맛 등이다.

CJ푸드빌 빕스 은평 롯데점

1세대 패밀리레스토랑이 거의 사라진 지금에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CJ푸드빌 빕스도 차별화 전략을 꾀했다. 빕스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점당 매출기준 연평균 약 35%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올해 신규 오픈한 은평 롯데점은 8개월 만에 누적 방문객 11만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배경엔 어린이 친화적인 매장이 있었다. 놀이공원 분위기를 연출한 '카니발 키즈룸'을 마련하고 꼬마 추로스·팝콘·구슬 아이스크림 등 디저트와 ‘미니 소떡소떡·마라 로제 떡볶이’ 등 메뉴로 어린이들이 좋아할만한 메뉴를 마련했다. 은평점과 함께 새로 연 동탄점은 누적 방문객 5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동탄점은 프라이빗 다이닝룸을 도입하며 손님을 끌어모았다.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Grand Grocery)'

이커머스 활성화로 제일 큰 영향을 받고 있는 대형마트도 특화매장을 앞다둬 내놓고 있다. 롯데마트는 은평점을 ‘그랑그로서리’ 1호점으로 리뉴얼 하며 실험에 나섰다. 전체 품목 중 90%를 식료품으로 채운 전문 매장이다. 매출은 재개장한 이후 10%가량 신장했다. SSM(기업형 슈퍼마켓) 매장인 도곡점도 그랑그로서리로 재단장하며 5000여개의 식료품을 갖췄다.


편의점업계도 특화매장 마련에 한창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라면을 도서처럼 진열한 ‘라면 라이브러리’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끌어오고 있다. 최근 오픈한 세븐일레븐 동대문던던점에는 K-푸드를 포함해 체험형 놀이공간, PB 전시존 등을 통해 외국인들이 한국 MZ세대들의 놀이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시설들이 마련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오프라인 매장이 구매활동을 지원하는 매장을 넘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장이 돼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