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9일 야당이 단독 처리한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헌정사상 두 번째로, 2004년 고건 전 총리 때 이후 20년 만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공범으로 남으려 하나”며 한 권한대행을 몰아붙였지만, 당장 탄핵 절차에 돌입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한 권한대행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양곡관리법·농수산물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등 ‘농업 4법’과 국회증언감정법 및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한 권한대행은 “어느 때보다 정부와 여야 간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국회에 6개 법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하게 돼 마음이 매우 무겁다”면서도 “정부는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재의 요구하는 법안들에 대해 국회에서 다시 한번 심도 있게 논의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이 법안들은 국회로 돌아가 재표결 절차를 밟게 된다. 재의결을 위해서는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한 권한대행이 아직도 누구를 따라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며 “명백한 입법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 권한대행은 ‘내란 대행’이라는 오명을 쓰고 싶지 않다면 자신의 본분이 어디 있는지 깨닫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당연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거부권 행사 시 탄핵’이라며 한 권한대행을 압박해 온 민주당이지만, 즉각적인 탄핵 절차에 돌입하지는 않고 있다. 정부 공포를 기다리는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우선 지켜본 뒤 탄핵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한 협력 방침을 재확인했다.
박민지 최승욱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