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내수 부진에 환율 쇼크 덮쳤다

입력 2024-12-19 18:51 수정 2024-12-19 23:56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통화 긴축) 금리 인하 기조에 19일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9개월 만에 1450원을 돌파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한국 경제에 미국발 ‘강달러’ 충격이 덮친 것이다. 내수 침체, 수출 증가세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위협까지 예상되지만 이를 헤쳐나갈 리더십은 부재해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16.4원 오른 1451.9원으로 집계됐다. 종가 기준 환율이 1450원을 웃돈 건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처음이다. 연준이 당초 전망보다 더 천천히 금리를 인하할 것을 시사하면서 심리적 방어선인 1450원이 깨졌다. 연준은 18일(현지시간) 시장 예상대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린 4.25~4.50%로 조정했다. 다만 점도표를 통해 제시한 내년 기준금리(중간값) 전망치를 기존 3.4%보다 0.5% 포인트 높은 3.9%로 제시한 게 문제가 됐다. 내년 기준금리 인하 횟수가 4차례에서 2차례로 줄어 시장에 충격을 줬다. 미국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달러화 수요가 늘어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한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95% 내린 2435.93에, 코스닥은 1.89% 내린 684.36에 각각 마감했다.

이번 ‘환율 쇼크’는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경제심리, 실물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발생했다. 대외신인도가 하락한 상태라 환율이 1500원 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의장으로는 처음 한국은행을 방문해 이창용 총재에게 선제 대처를 당부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거시경제금융회의(F4 회의)를 열고 “과도한 변동성에는 추가적 시장 안정 조치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광수 기자, 세종=양민철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