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정부의 비급여·실손보험 개선안 등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 발표가 내년으로 미뤄졌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9일 “의료개혁은 국민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며 의료개혁 추진 의지를 재차 밝혔다. 의료계는 이날 야당 의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지만 2025년도 의대 모집을 중단하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조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료)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이미 발표한 지역·필수의료 강화 대책들을 국민과의 약속에 따라 착실히 추진하겠다”며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지속적으로 보완·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계엄 사태의 유탄을 맞고 좌초 위기에 놓인 의료개혁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조 장관은 “이달 말 지역 2차 병원 활성화 정책 토론회를 시작으로 개혁 과제에 대한 의료계 의견을 수렴하고 추후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논의 등으로 이어가겠다”며 “비급여 및 실손보험 개혁,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의 과제도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직속 의개특위가 이달 말 발표하려다 연기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에는 과잉 의료의 원인으로 꼽히던 ‘비급여·실손보험’ 개혁 방안이 담겼다. 하지만 의료계가 비상계엄 포고령에 담긴 ‘미복귀 전공의 처단’ 문구에 강하게 반발하고, 의개특위 위원들이 탈퇴하면서 발표 일정이 잠정 연기됐다. 의개특위는 수도권 환자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의 후속 과제로 지역 내 중증·응급 환자를 담당하는 2차 병원 육성 방안 등을 논의해 왔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의료계는 내년도 의대 모집과 의료개혁 중단을 요구했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국민은 짧은 시간 비상계엄을 겪었지만 사직 전공의들은 1년 내내 의료 계엄을 겪었다”며 “이대로면 의학 교육 위기와 의료대란은 갈수록 심각해진다. 문제 해결의 첫 원칙은 결자해지”라고 말했다. 수시 합격자 발표가 마무리됐고 31일 정시모집 원서 접수를 앞둔 상황이지만 당장이라도 의대 모집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으니 그가 추진하던 정책도 전면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은 의료계와 정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공개토론회를 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은 간담회를 마친 뒤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휴학생과 내년도 신입생에 대해 제대로 된 의학 교육이 어렵다는 공감대를 이뤘다”며 “(토론회를 열어) 의대 교육 현장의 입장을 전하고 국민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