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대행, 양곡법 등 6개 법안 거부권… “국가 미래 위한 결정”

입력 2024-12-19 18:58 수정 2024-12-19 23:56
한덕수(가운데) 대통령 권한대행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6개 쟁점 법안에 대해 이날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김지훈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9일 야당이 단독 처리한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헌정사상 두 번째로, 2004년 고건 전 총리 때 이후 20년 만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공범으로 남으려 하나”며 한 권한대행을 몰아붙였지만, 당장 탄핵 절차에 돌입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한 권한대행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양곡관리법·농수산물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등 ‘농업 4법’과 국회증언감정법 및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한 권한대행은 “어느 때보다 정부와 여야 간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국회에 6개 법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하게 돼 마음이 매우 무겁다”면서도 “정부는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농업 4법’의 경우 시장을 왜곡해 재정 부담을 키우고, 국회증언감정법 등은 위헌적 요소가 다분해 정부 책임자로서 공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값이 평년보다 하락하면 농협이 시장 수요보다 많이 공급되는 쌀을 의무적으로 사들이는 내용이 골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개정안대로라면 농민들이 불필요한 벼농사를 계속 짓게 돼 매년 막대한 국가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기획재정부는 2030년까지 정부가 과잉 생산된 쌀을 사들이는 데 연평균 1조원을 쓰게 될 것으로 추정했다.

농수산물가격안정법도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다. 쌀 이외의 다른 농산물에도 가격안정 제도를 도입하자는 취지로, 기준가격 밑으로 농산물값이 떨어지면 그 손해를 국가재정으로 보상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농어업재해대책법은 재해로 농어업 피해가 발생하면 비용을 정부가 보상한다는 취지다.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은 국회가 증인·참고인 출석이나 서류 제출을 요구했을 때 개인정보나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영업비밀이 유출돼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까지 같은 피해를 보게 되는데 어느 기업이 한국에 와서 투자하고 활동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예산안 부수 법안의 본회의 자동부의 제도를 없애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한 권한대행은 “원활한 예산집행을 위해 국회가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 헌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거부권 행사에 대해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한 권한대행이 아직도 누구를 따라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며 “명백한 입법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 권한대행은 ‘내란 대행’이라는 오명을 쓰고 싶지 않다면 자신의 본분이 어디 있는지 깨닫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당연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박민지 최승욱 박준상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