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국민도 “내년 경제 최대 리스크는 고환율”

입력 2024-12-20 00:00 수정 2024-12-20 00:00

국민과 기업 전문가 대다수가 내년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고환율’을 꼽았다. 원·달러 환율 상승과 물가 불안이 장기화하며 내수와 가계 경제에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9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삼성 현대차 LG 포스코 롯데 등 8개 대기업의 경영경제연구소장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이례적으로 주요 기업 싱크탱크 수장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 경제의 위기 극복 방안에 머리를 맞댄 것이다.

참석자들은 대내 최대 리스크로 강달러를 꼽았다. 이들은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 상승을 초래해 민간소비 냉각, 기업 생산비용 증가에 따른 투자 및 고용 위축 등 내수 경제 부진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비우호적 대외 환경으로 수출 경쟁력이 약화한다면 향후 수년간 한국 경제가 반등 모멘텀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거 유사한 정국과 비교해도 상황이 좋지 않다고 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016년에는 원화 약세에 따른 수출 개선 효과가 원·부자재 수입 단가 상승 부담을 상쇄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출 단가 하락에 의한 물량 확대 효과가 과거보다 축소돼 기업 채산성 악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민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고 있는 환율 급등 상황을 가계 경제의 최대 위험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지난달 13~20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2%가 내년 가계소비에 영향을 끼칠 리스크로 ‘고환율·고물가 지속’을 꼽았다. 세금·공과금 부담 증가(16.4%), 자산시장 위축(12.7%) 등이 뒤를 이었다. 시급한 정책 과제로는 물가·환율 안정(42.1%)을 지목한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에 국민 53%는 내년 지출을 줄이겠다고 했다. 응답자들은 내년 소비 지출이 올해보다 1.6%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가계 형편이 악화할 것이라는 응답(42.2%)은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12.2%)의 3배가 넘었다. 소비 활성화 시점으로는 ‘기약 없음’이 35.1%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정국 안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 연구소장들은 “한국 경제 시스템이 정상 작동 중이라는 신뢰를 해외에 주지 못한다면 금융·외환시장 안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정부·국회가 국정 운영 안정에 힘쓰고 거시지표 관리, 대외 신인도 회복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