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향후 5년간 연평균 1.8%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 같은 추세가 유지될 경우 2030년대에는 1% 초중반, 2040년대 후반에는 0.6%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총요소생산성 향상, 출산율 증가 등 구조개혁이 성공할 경우 이 같은 하락세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이 19일 공개한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잠재성장률을 재추정한 결과 2024~2026년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은 2% 수준으로 추정됐다. 2000년대 초반 5% 내외에서 2010년 들어 3% 초중반으로 하락했고, 2016년 이후 2%대로 내려왔다. 잠재성장률은 자원을 최대한 활용했을 때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다.
잠재성장률이 쪼그라든 것과 관련해 한은은 혁신 부족, 자원 배분 비효율성 등으로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가 낮아지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인구구조 변화, 경제성숙기 진입에 따른 투자 둔화 등으로 노동 및 자본 투입 기여도가 감소한 것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현 추세 유지 시 잠재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5~2029년 사이 연평균 1.8%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한은은 예측했다. 이후 2030~2034년(1.3%), 2035~2039년(1.1%), 2040~2044년(0.7%), 2045~2049년(0.6%)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 등으로 노동투입 기여도가 하락한 것이 잠재성장률 저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한은은 향후 구조개혁 결과에 따라 잠재성장률 하락이 늦춰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혁신 생태계 조성과 수도권 집중 완화 등으로 총요소생산성 향상, 출산율 증가, 여성·고령층 노동생산성 향상이 이뤄지면 잠재성장률도 높아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구조개혁을 성공적으로 하면 2045~2049년 기준 총요소생산성 향상으로 0.7% 포인트 정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출산율 증가(0.1~0.2% 포인트), 노동의 질 향상(0.1% 포인트)도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동인이다.
배병호 한은 경제모형실장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공급 둔화 속도를 완화하려면 정책적으로 수도권 집중 완화, 일과 가정 양립 등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여성·고령층의 생산성을 높이려는 다각적 정책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