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파병 북한군, 드론에 무방비… 사상자 1100여명 달해”

입력 2024-12-19 18:39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황원진 국정원 2차장이 19일 오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러-우크라전 북한군 참전 관련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북한군 중 최소 100명 이상이 사망하고, 1000여명이 다쳤다고 국가정보원이 국회에 보고했다. 약 1만1000명 수준으로 파악되는 북한 파병군의 10%가량이 실전 투입 몇 주 만에 전투력을 상실한 셈이다. 국정원은 북한군이 드론 등 첨단무기 체계에 대한 대응 능력이 부족한 탓에 러시아군 내에서 ‘짐’ 취급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19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같이 보고했다고 여당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이 밝혔다.

이 의원은 “최대 격전지인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된 1만1000여명으로 추정되는 북한군 일부가 이달 들어 실제 전투에 투입됐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사상자가 1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이번 교전 이전에도 우크라이나의 미사일·드론 공격과 (러시아 내) 훈련 중 사고로 고위급을 포함한 수명의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한 정황도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고위급 사상자와 관련해 “적어도 장성급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국정원은)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북한군 사망자 규모를 200 여명으로 추정한 외신 보도와 관련해 “국정원은 최소 4개의 우크라이나 정보기관과 미국, 유럽 등 우방국들의 정보를 모아 종합적이고 냉정하게 판단한다”며 “최대한 보수적으로 수치를 분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교전 횟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다수 사상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개활지라는 낯선 전장 환경에서 북한군이 전선 돌격대 역할로 소모되고 있다”며 “드론 공격에 대한 대응능력 부족 등이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이 의원은 “러시아군 내에서도 ‘북한군이 드론에 무지해 오히려 짐이 된다’는 불평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의원은 또 “폭풍군단 내에서 추가 병력 차출설이 돌고 있고, 김정은의 훈련 참관 준비 정황도 포착돼 (국정원이)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폭풍군단은 10개 여단에 4만2000여명의 군사력을 갖고 있고, 그중 1만1000명 정도가 파병돼 있어 (추가) 파병 여력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북한군이 내부적으로 북방한계선(NLL)이나 군사분계선(MDL)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조하고 있으며, 임박한 도발 징후도 없다고 보고했다.

야당은 이날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고발된 조태용 국정원장으로부터 현안보고를 받을 수 없다며 간담회에 불참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