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소원에 맞춘 성탄 선물이 집 앞으로 배달됐다. 교회들이 성탄의 기쁨을 교회 담장 밖으로 전하고 있다.
성탄절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19일. 경기도 성남시 한 주택가에 한 무리의 사람이 들어섰다. 오르막길 우측 1층 6남매 집이 목적지다. 행인들의 옷깃을 여미게 하는 영하의 칼바람이 골목길에선 한층 더 매섭게 분다. 양손 가득 빨간 리본 달린 상자를 든 이들은 ‘교회 밖 성탄절’이라는 이름으로 12월 중 이웃 사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인근 선한목자교회(김다위 목사) 성도들이다.
김다위 목사는 도착한 집 앞에서 작게 헛기침을 두 번 하고는 손끝으로 가볍게 문을 두드린다. 아직 학생인 김미연(가명·16) 태연(가명·13) 가연(가명·11) 세 자매가 꾸벅 인사를 하며 일행을 반긴다. 사회초년생인 언니 오빠들은 직장에 있다고. 자그마한 손이 바쁘게 상자를 연다. ‘○○○프리미엄 웰론 하이넥 숏 패딩 점퍼(블랙)’, ‘○○○ 양기모 자수 후드티(네이비)’. 교회는 아이들이 받고 싶다고 고른 제품을 그대로 골라 왔다.
“메리 크리스마스!” 김 목사의 인사에 아이들은 수줍게 웃는다.
6남매의 아버지는 허리 통증으로 장시간 일하기 어려워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6남매를 교회에 소개한 박혜인 산성종합사회복지관 팀장은 “부모는 어려운 중에도 자녀 양육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어려운 형편에도 자녀들은 모두 공부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다”고 밝혔다.
선한목자교회의 ‘교회 밖 성탄절’은 올해로 다섯 번째다. 교회 성도와 복지기관 등이 추천한 어려운 이웃의 사연을 교회가 매칭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매칭이 되면 교인들이 직접 선물을 준비하고 전달한다. 올해는 총 420가정과 교인이 연결됐다. 김 목사는 “단순히 물질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사랑을 직접 찾아가 전하는 게 이 사역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성탄절이 가까워질수록 지역 교회들의 나눔 활동은 더욱 활발해 지고 있다. 서울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는 2015년부터 ‘엔젤트리’라는 이름으로 소외된 이웃과 교인을 연결하는 사역을 진행해 왔다. 현재까지 약 4만개의 선물이 전달됐고 2만9615명이 이 사역에 동참했다. 엔젤트리는 아이들이 필요한 선물을 적은 천사 모양의 카드를 크리스마스트리에 걸고, 성도들이 이를 선택해 준비하는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따 왔다. 11월 말에 신청받은 올해 엔젤트리는 12월 초에 이미 마감됐다.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는 “성탄절에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이들에게 주님의 손과 발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경기도 안양 새중앙교회(황덕영 목사)도 이날 안양시청 의왕시청 군포시청에 ‘사랑의 천사박스’ 5000개를 전달했다. 사랑의 천사박스에는 교회가 고심해서 고른 8종의 생필품과 성탄카드가 담겼다. 황 목사는 “상자에 담긴 작은 정성이 추운 겨울 이웃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남=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