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 원곡초등학교는 전교생의 97%가 다문화가정 출신이다. 인근의 선일초등학교 역시 한국인 학생 비율이 25%에 그친다. 안산의 이 지역 학교들은 이미 국제학교가 됐다.
온누리M센터는 지난해부터 안산에서 ‘이음한국어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온누리M센터는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가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가정을 섬기기 위해 설립한 기관으로 한글 교실은 물론 네팔 몽골 미얀마 중국 등 12개국 현지인 목회자가 인도하는 현지어 예배가 드려진다. 한국어 교육은 이들에게 복음의 문을 여는 시작이다. 한국어 강사 김진명 선교사는 “이주민 아이들은 60일간 기초 한국어와 문화를 익히고 난 다음에야 초등학교로 진학한다”면서 “언어교육뿐 아니라 문화적 사회적 정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는 19일 서울 종로구 감리회관에서 ‘이주민 선교 사역자 간담회’를 열고 김 선교사와 같은 현장 사례를 공유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69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 이후 2년 만에 70만명이 급증했다. 2026년엔 300만명 돌파가 확실시되며 2033년엔 400만명, 2040년엔 500만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목할 점은 체류 외국인 10명 중 8명이 한국에서 장기체류 혹은 거주를 원한다는 점(체류기간 연장 51%, 영주권 취득 17.2%, 한국 국적 취득 희망 11.3%)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선 지난해 전체 혼인 건수 중 다문화 혼인이 10.6%(2만431건)이며 전체 출생아 중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5.3%(1만2150명)를 기록했다. 이주민 정책의 체류기간이 기존 5년에서 10년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한국교회는 이들을 더 이상 나그네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일상적 전도의 대상으로 여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주민 다문화가정의 폭발적 증가세에 발맞춰 한국교회 주요 교단은 국내 이주민 선교사 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해외에 선교사를 파송해 복음을 전하기보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부터 복음을 전하는 이들을 국내 이주민 선교사로 부른다. 2021년 이 제도를 도입한 기감은 물론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고신 합신 백석 총회가 국내 이주민 선교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예장통합은 지난 9월 열린 제109회 총회에서 ‘이주민 선교사’라는 명칭 허용을 결정했다.
안산다문화선교센터 대표 이창갑 목사는 이주민 300만 시대에 맞는 세분화된 선교활동을 강조했다. 그는 “교단 차원에서 이주민 선교주일을 제정하고 외국인노동자, 장단기 체류자, 다문화가정 등 이주민의 처지에 맞는 맞춤형 선교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연회와 노회 차원에서 다문화선교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신학교에선 이주민 선교사를 위한 훈련과정을 필수 과목으로 개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이주민 목회를 위해서 예배, 공동체, 팀 사역의 세 요소를 강조한다. 노규석 온누리M센터 목사는 “이주민들의 변화는 예배 가운데 하나님과의 만남을 통해서 일어난다”며 “이주민이 자신들의 언어로 찬양을 부르고, 성경 말씀을 듣고, 기도하도록 도울 때 영적 성숙으로 인한 삶의 변화를 느낀다”고 말했다.
교회가 이주민 공동체를 유지하도록 돕는 노력도 필수라고 지적한다. 노 목사는 “낯선 타국에서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동족들 사이의 유기적 연대”라면서 “함께 이야기하고 음식도 만들면서 외로움을 극복해 나간다면 교회와 신앙 안으로 더 수월하게 녹아들 수 있다”고 전했다.
팀 사역 역시 강조되고 있다. 10년 넘게 이주민 목회를 해온 최인기 선교사는 “이주민 선교는 단기적이 아닌 긴 여정”이라며 “중보기도팀, 예배팀, 봉사팀 등을 만들어 함께 가야 이주민 목회를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윤서 최경식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