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않았던 3승을 했으니 2024년은 나에게 선물 같은 한 해였던 것 같다.”
올 시즌 KLPGA투어서 3승을 거둬 다승 공동 1위를 차지한 마다솜(25·삼천리)의 시즌 총평이다. 1년간 고생한 스스로를 위한 보상 차원에서 홍콩 여행을 다녀왔다는 마다솜은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변에서 성공한 시즌이라고 말씀해주신다. 나도 동감한다”며 “무엇보다도 시즌 중반까지 이어졌던 부진을 딛고 마무리를 잘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마다솜은 올 시즌 29개 대회에 출전해 23개 대회서 컷 통과를 했다. ‘톱10’ 입상은 6차례로 그 중 우승은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S-oil 챔피언십, SK텔레콤·SK쉴더스 챔피언십 등 3차례다. 상금 순위는 13위, 대상 포인트 순위 10위로 커리어 하이다.
특이한 것은 우승이 모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9월 이후였다는 점이다. 데뷔 2년째였던 작년 9월에 거둔 생애 첫 승(OK금융그룹 읏맨 오픈)까지 더하면 통산 4승이 죄다 ‘가을걷이’였다. 그러면서 ‘新 가을여왕’이라는 닉네임까지 생겼다.
샷 데이터를 보면 썩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드라이버 비거리 51위, 페어웨이 안착률 71위, 아이언 그린 적중률 65위, 평균 퍼트수 18위 등이다. 나란히 다승 공동 1위에 오른 박지영(28), 박현경(24·한국토지신탁), 박소현(31·프롬바이오), 이예원(21)의 지표와 비교했을 때 전체적으로 약간은 밀린 듯하다.
이에 마다솜은 “티샷이 잘 안 됐다. 페어웨이 적중률이 떨어지다 보니 그린 적중률 등에 연쇄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며 “드라이버 비거리는 안 나가는 편이 아니다. 정확도만 높이면 나머지는 덩달아 좋아질 수 있어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쿨한 반응을 보였다.
바꿔 말하면 드라이버샷 정확도를 높이기만 한다면 올해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마다솜은 “티샷이 왔다 갔다 하다 보니까 시즌 중반까지 전체적으로 자신감이 좀 떨어졌던 것 같다. 이번 동계 전지훈련에서 주안점을 두고 보완해야 할 과제다”라고 말한다.
그는 내년 1월 초에 45일 일정으로 베트남 전지훈련을 떠난다. 그곳에서 스윙 코치인 조령아, 이미나 프로와 함께 드라이버샷 정확도를 높이는 것에 방점을 찍고 훈련에 매진할 계획이다.
보완해야 할 포인트는 또 있다. 다름 아닌 샷 탄도다. 그는 “그린이 딱딱할 때 첫 바운드가 좀 튀는 경향이 있어 생각보다 볼이 멀리 간다”라며 “그래서 탄도를 좀 자유자재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연습도 병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마다솜은 내년 시즌 목표를 높게 잡지 않았다. 그는 “욕심을 부리면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다승을 하면 좋겠지만 매년 그랬듯이 1승이 목표다. 다만 올해는 시즌 초반에 빨리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다. 상금 랭킹 20위 이내면 만족한다”고 웃었다.
마다솜은 캐나다 유학파로 알려져 있다. 9살 때 골프 유학이 아닌 일반 유학을 갔다. 그러던 그가 골프채를 처음 잡은 것은 그로부터 3년이 지나서다. 방학 때 국내에 잠시 들렀다 취미로 배우기 시작하면서다.
그는 “그때 제가 엄청 재미있어했던 것 같다. 그러자 엄마께서 ‘선수로 해볼래’라고 하셔서 ‘네’라고 답한 것이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라며 “그러면서 캐나다에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눌러앉게 됐다”고 말했다.
마다솜의 이름 ‘다솜’은 ‘사랑’이라는 의미의 순우리말이다. 그냥 사랑이 아닌 ‘애틋하게 사랑하다’라는 의미를 내포한 옛말이다. 그는 그렇게 시작한 골프를 자신의 이름처럼 그 무엇보다도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가 또래 선수들에 비해 프로 턴이 다소 늦은 것도 그런 맥락이다. 아마추어 시절을 좀 더 길게 하면서 인생의 황금시기를 좀 더 알차게 보내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던 것.
마다솜은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게 가장 우선 목표였다”라며 “대학 생활과 프로 생활 병행이 힘들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일생에 한 번밖에 없는 청춘의 황금 시기를 놓치고 싶지 않은 쪽을 택했다. 다행히 국가대표로도 선발되었기에 프로 생활은 좀 늦었지만 결코 후회는 없다”고 했다.
늦은 프로 턴에 비하면 투어 데뷔 3년 만에 4승은 상당히 빠른 편이다. 그 비결은 뭘까. 그는 “마음을 좀 내려놓은 게 한몫했다”면서 “작년에 첫 우승하고 올해 또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러다 보니 시즌 초반에는 과욕과 조바심이 있었던 것 같다. 중반 이후부터 ‘조금 편하게 치자’라고 마음을 먹었는데 이렇게 결과가 좋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마다솜은 스스로를 골프 감각이 있는 선수는 아니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효율적인 연습으로 그것을 극복한다. 그는 “골프 감각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경험을 통해 배우는 스타일”이라며 “연습도 길게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짧은 반면 효과적으로 하려고 한다. 시즌 때는 매주 대회여서 연습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 없다. 문제는 비시즌인데 그때도 휴식을 충분히 하면서 오전 쇼트 게임, 오후는 샷 연습을 한다. 모든 연습은 가급적 오후 5시 이전에 마무리한다”고 귀띔한다.
마다솜은 통산 4승 중 3차례가 연장전 우승이다. 통산 연장 승률은 3승1패다. 작년 DB그룹 제37회 한국여자오픈골프선수권대회 공동 2위가 유일한 연장전 패배다. 연장전 승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배짱이 두둑하다는 방증이다.
그는 “멘탈보다는 효과적인 전략 때문인 것 같다. 돌이켜보면 생애 첫 연장 승부였던 작년 한국여자오픈 패배가 외려 약이 됐다”라며 “당시 연장 2차전에서 티샷이 페널티 구역에 빠져 우승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래서 그 이후 최대한 그런 위기 상황만 만들지 말자고 다짐했었다. 그 영향으로 이후 3차례 연장전에서는 모두 승리했다”고 말했다.
마다솜은 여자 선수로는 드물게 PGA투어와 LIV골프에서 활동 중인 저스틴 토머스, 더스틴 존슨(이상 미국)을 좋아한다. 시원시원한 스윙이 멋있어 보여서다. 그런 그가 해외 투어 진출에 대한 의향도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좀 더 지나면 생각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없다. 그 선택지는 아직은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마다솜은 늦게 출발한 만큼 꾸준히 오래 활동하는 선수를 꿈꾼다. 그런 이유로 신지애(36)를 닮고 싶어한다. 그는 “그동안은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스타일이었다”면서 “최근에 신지애 프로님이 우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완전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도 언니처럼 나이 들어서도 우승 경쟁을 하는 선수가 되도록 준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