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 캐나다 때리는 트럼프… 다음 타깃 ‘한·프·독’ 가능성

입력 2024-12-20 03:11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국경을 맞댄 우방 국가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사진) 총리를 연일 곤경으로 내몰고 있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동맹국도 봐주지 않는 트럼프 당선인의 특성상 국내 정치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 한국 등이 트럼프의 다음 공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CNN은 18일(현지시간) “트럼프가 트뤼도 총리의 축출 위기를 심화시켜 캐나다의 정치적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동맹국의 국내 정치에 뛰어들겠다는 트럼프의 의지는 프랑스, 독일, 한국처럼 정치적 혼란과 내부 분열로 반격이 어려운 다른 정부에 경고음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많은 캐나다인은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기를 원한다”며 “그들은 세금과 군사 보호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대단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캐나다로서는 공개 모욕을 당한 셈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후 지속해서 트뤼도를 궁지로 몰고 있다. 지난달 25일 트럼프는 취임 첫날 모든 캐나다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다급해진 트뤼도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까지 찾아갔지만, 트럼프는 트뤼도에게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이 어떠냐”고 조롱했다. 이후에도 트뤼도를 ‘주지사’라고 부르며 모욕적인 언사를 이어갔다.

트뤼도는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지율 추락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지난 16일에는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부총리 겸 재무장관마저 등을 돌렸다. 그는 트뤼도의 경기부양책이 트럼프의 ‘관세 폭탄’ 대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반발하며 사퇴했다.

CNN은 “트럼프에게 이번 주 캐나다 정치의 혼란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며 “그는 첫 임기 때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이끌면서 충돌했던 프리랜드를 한 번에 제거했고, 자신이 싫어하는 진보 성향의 트뤼도를 손상시켰다”고 전했다.

CNN이 언급한 한국과 프랑스, 독일 모두 국내 정치 상황이 불안정하다. 한국은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정을 이끌고 있다. 한국은 트럼프의 첫 기자회견에서도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독일에선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의회에서 불신임당해 내년 2월 조기 총선이 치러진다. 프랑스도 지난 4일 62년 만의 내각 불신임으로 미셸 바르니에 내각이 무너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CNN은 “트럼프는 다른 대통령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동맹을 무시하고, 양국 모두에 적합한 타협을 거부하기 때문에 미국의 우방국들은 그가 집권하면 미국과 정상적 관계를 관리하기 어렵다”며 “지금은 캐나다와 멕시코가 트럼프의 표적이 되고 있지만, 다음 달 취임하면 다른 불공정 거래 관계로 눈을 돌릴 것이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