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or 보기] LIV 선택한 장유빈… 메이저대회 진출 빨간불 켜지나

입력 2024-12-21 03:37
장유빈이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24 KPGA 제네시스 대상 시상식에서 대상 수상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PGA 제공

올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투어를 평정한 장유빈(22)이 지난 11일 LIV골프 진출을 선언했다.

애초 그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퀄리파잉 스쿨(이하 Q스쿨) 파이널에 출전할 계획이었다. 그랬던 장유빈이 목적지를 갑작스럽게 바꾼 것이다.

장유빈은 영입 제안을 받은 게 지난 11월 중순이라고 했다. 긴 시간 고민도 했을 것이다. 투어는 골프 선수들에게는 직장과도 같다. 따라서 어떤 직장을 선택했느냐를 놓고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장유빈의 LIV 골프행을 팬들이 환영하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곳이 다름 아닌 LIV 골프이기 때문이다.

LIV골프는 프리미엄 골프를 지향하며 2022년에 출범했다. 자금줄은 800조원 규모의 운영자산을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기금(PIF)이다. PIF의 실권자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다. 빈살만은 자국 출신 미국 국적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인물이다.

미국 등 서방 국가의 비난이 쇄도했다. 초반만 해도 영입 제안을 받은 PGA투어의 많은 선수가 사우디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며 합류를 거부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이적료 앞에서 PGA투어 정상급 선수들이 속속 LIV골프로 이적을 선언했다.

장유빈의 이적료는 LIV골프와의 비밀유지계약에 의해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적료가 최소 3000만 달러 이상일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LIV 골프 멤버 54명(와일드카드 2명 포함) 중 최연소다. LIV골프는 아마추어 세계 랭킹 2위 출신인 24세의 에우헤니오 로페스 차카라(스페인)를 시작으로 거액을 베팅하면서 젊은 유망주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유빈의 LIV 골프행은 거액의 이적료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쪽에 더 무게를 실은 듯하다. PGA투어 Q스쿨은 최종 상위 5명에게 내년 투어 카드를 준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 카드 획득을 장담할 수 없다. 그런 상태에서 별도의 퀄리파잉 없이 기회를 준 LIV골프 이적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장유빈은 지난 11일 이적을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내년 곧바로 경쟁할 기회를 갖게 된 점이 크다. 여기에 LIV 골프에 진출한 ‘최초의 한국 선수’라는 타이틀, 그리고 엄청난 상금도 한몫을 했다는 걸 부인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또 “향후 LIV 골프와 PGA의 관계가 개선된다면 더욱 다양한 길이 열릴 것이라 생각한다”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PGA투어에서도 활동을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장유빈의 PGA투어에 대한 미련은 그의 말대로 ‘꿈’으로 그칠 개연성이 현재로선 높다. 4대 메이저대회를 제외하고는 LIV골프로 이적한 선수가 PGA투어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PGA투어가 출전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서다. 메이저대회는 출전 조건이 까다롭다. 우선은 세계랭킹을 끌어 올려야 하는데 현행 시스템으로는 여의치 않다. LIV골프 선수들이 아시안투어에 출전하는 것은 월드 랭킹 순위를 올리기 위한 자구책이다.

장유빈도 메이저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 대회에 출전해 월드 랭킹 포인트를 차근차근 쌓아야 한다. 하지만 PGA투어나 DP월드투어에 비해 포인트 배점이 낮아 LIV골프와 통합이 성사되지 않고선 장유빈의 메이저대회 출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려운 선택을 한 장유빈이 선택하지 않은 또 다른 길을 되돌아보며 후회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