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부터 매년 연말연시에 큰 인기를 끈 김병삼(60) 만나교회 목사의 신년 맞이 묵상집이 올해도 돌아왔다. 출간 한 주 만에 교보문고 등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 종교 분야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른 ‘하나님의 시선’(토기장이)이다. ‘하나님의 숨결’(2022), ‘하나님의 음성’(2023)에 이은 ‘매일만나 365’ 묵상집 시리즈의 일환이다. “이 3권의 책을 꾸준히 펼치는 성도라면 신앙의 틀은 어느 정도 완성될 것으로 본다”는 김 목사를 지난 17일 경기도 성남의 교회에서 만났다.
책은 그가 2021년 펴낸 ‘주님은 나의 최고봉 묵상집’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분량도 744쪽에서 408쪽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김 목사는 “2021년 펴낸 책에 기독 고전이 풍부하게 인용됐다는 강점이 있지만 매일 펼치는 묵상집으로 사용하기엔 다소 두꺼웠다”고 설명했다. 당시 묵상집으로 묵상을 시도했다 읽는 데 어려움을 느껴 중도에 포기한 성도가 적잖았다는 현실도 고려했다. 그는 “이번 책은 간결하면서도 영성 깊은 묵상을 원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며 “새벽예배 등 매일 짧은 분량의 설교가 필요한 목회자에게도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묵상집의 원문인 ‘주님은 나의 최고봉’은 영국 목사이자 성경 교사인 오스왈드 챔버스(1874~1917)가 쓴 현대 신앙 서적의 고전이다. “최상의 하나님께 나의 최선을 드린다”란 문구가 유명하다. 김 목사가 3년 만에 챔버스의 명저를 재소환한 건 “언제나 하나님의 시선을 의식하며 최선의 순종을 다하고자 한 챔버스의 치열한 신앙 여정”이 한국교회에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일본 등 각국을 다니며 복음을 전파한 챔버스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이집트에서 호주와 뉴질랜드 군목으로 활동하다 43세에 숨졌다. 짧은 생애 동안 전한 수많은 설교는 사후 40여권의 책으로 출간돼 세계인의 영성을 깨웠다.
김 목사 역시 챔버스의 설교에 감화된 이들 중 한 명이다. 그는 2006년 혈압과 당뇨 등으로 건강이 급격히 악화했을 때 챔버스의 전기인 ‘순종의 길’을 접했다. “당시 40대 초반이었는데 나와 동년배인 사람이 이렇게 치열하게 순종하며 살았다는데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이후 여타 작품을 원서로 읽으며 챔버스의 영성을 익히고자 노력했다. 김 목사가 챔버스의 대표작인 ‘주님은 나의 최고봉’을 하나님의 마음과 시선에 초점을 맞춰 어렵지 않게 해설한 묵상집을 낸 배경이다.
이번 책 역시 전작처럼 그의 해설 영상을 보며 묵상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책 표지 뒷면에 실린 큐알(QR)코드를 찍으면 ‘김병삼 목사의 매일만나’ 유튜브 채널에 접속할 수 있다. 배우 신애라가 낭독자로 참여한 이번 영상은 내년 1월 1일 공개된다. 김 목사는 “묵상집 시리즈 출간으로 한국교회 묵상 운동에 조금이나마 일조한 것 같아 목회자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 책을 읽으며 묵상으로 새해를 여는 성도들이 더 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정국 가운데 시작되는 새해, 기독교인은 혼돈 속 사회를 위해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물었다. 그는 “무엇보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품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목사는 “교회도 사회도 이념 따라 분열돼 있다. 그렇지만 기독교인이라면 반대편에 선 사람도 이웃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며 “극단으로 치닫는 사회 가운데 화합의 장을 만드는 일, 이게 지금 교회가 해야 할 일 같다”고 말했다.
만나교회 성도들은 오는 성탄절 예배에 ‘평소 이웃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을 초청한다. 이날 모인 헌금도 ‘이웃으로 여기지 않았던 이들’을 위해 쓰인다. 그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도 오며 가며 성탄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그날 교회 마당에 대형화면을 설치해 예배 실황을 전하려 한다”며 “선 밖의 이들에게 이웃으로 다가가는 교회가 되고자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