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호주 멜버른 첼트넘 킹스턴 히스GC에서 막을 내린 호주여자프로골프 ISPS 호주오픈에서 ‘철녀’ 신지애가 우승했다. 당시 그의 우승은 여자 선수로서는 적잖은 36세에 프로 통산 65번째 우승이라는 점에서 큰 화제가 됐다.
그 대회에서는 또 한 명의 주목할 만한 선수가 있었다. 3위에 입상한 17세 아마추어 국가대표 양효진이다. 양효진은 한국여자골프의 차세대 기대주로 꼽힌다. 지난해 셀랑고 인터내셔널 주니어 챔피언십 단체전 우승과 개인전 2위, KLPGA투어 롯데오픈 공동 15위(아마 1위), 파마리서치 리쥬란 드림투어 최종전 2위, 그리고 올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아마추어 1위 등의 우수한 성적은 양효진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 15일 막을 내린 말레이시아 아마추어 오픈에서는 2위에 입상한 양효진은 지난 16일 귀국 후 국민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최종 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했는데 마지막 날 6오버파로 부진한 바람에 우승을 놓쳤다”고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2007년 6월 20일생인 양효진은 내년에 만 18세가 되면 프로 전향을 선언할 예정이다. 그는 준회원 자격 취득에 필요한 중고연맹 포인트를 이미 채운 상태여서 프로 전향 선언시 준회원 신분을 자동으로 취득한다. 정회원 테스트를 거쳐 드림투어 활동, 그리고 시드전 합격으로 2026시즌부터 1부 투어 진출이 그의 계획이다.
제주 남녕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양효진의 하루 일과는 기상 즉시 5~6km 러닝으로부터 시작된다. 우천 등 기상 여건이 좋지 않은 날을 제외하곤 하루도 거른 적이 없다. 오전에 학교 수업을 마치면 오후에 4시간 연습, 그리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2시간가량 보충 연습을 한다.
양효진은 “이 루틴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꼭 지킨다”며 “주말은 또 레슨을 받기 위해 서울에 올라와야 한다. 아직은 힘든 것은 없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골프를 가급적 기쁘고 즐겁게 하려고 한다”고 했다.
양효진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아빠를 따라 연습장에 갔다 몇 차례 쳐본 게 너무나 재미있어 엘리트 골프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입문 초기에는 제주도에서 기량을 갈고닦았다. 그러다 중학교 1학년 때 김국환 프로를 만나 올해로 5년째 주말이면 김포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고행(?)을 자초하고 있다. 여전히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쇼트게임 보완이 시급하다.
양효진은 “30~40m 쇼트 게임과 그린 주변 어프로치 능력이 떨어진다”며 “올겨울 전지훈련에서는 이 부문을 중점적으로 연습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내년 1월 19일 1개월 예정으로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날 계획이다.
양효진의 주특기는 드라이버샷이다. 롱 히터는 아니지만 거침없이 샷을 하는 게 강점이다. 비거리는 트랙맨 측정으로 240m 정도다. 또래 선수 중에서 중상위 수준이지만 비거리가 좀 더 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양효진은 “현재 체력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정규투어에서 통할 수 있는 비거리 확보를 위해서라도 웨이트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양효진은 야구를 좋아한다. 서울에 올라와 시간이 날 때면 야구장을 찾아 직관한다. 특히 올 코리안시리즈 우승팀 KIA 타이거즈의 유격수 박찬호를 좋아한다. 그는 “(박찬호)의 환상적인 수비를 보면서 엄청난 연습을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럴 때마다 ‘나도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에게는 닮고 싶은 2명의 선배 골퍼가 있다. 유쾌한 라운드를 지향하는 신지애(36)와 김효주(28·롯데)다. 양효진은 “신지애 프로님은 호주에서 동반 플레이를 하면서 처음 뵈었다. 시종일관 유쾌하게 플레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게 롱런하는 원동력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호주에서의 3위 입상은 양효진의 골프를 한 단계 끌어 올린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올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아 약간 침체해 있었는데 호주오픈에서 3위에 입상하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한다.
양효진의 모토는 어린 선수답지 않게 ‘내가 한 걸 후회하지 말자’이다. 양효진은 “절대 자만하지 않고 더욱더 노력할 것”이라며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면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 선수가 될 것이다”고 의지를 다졌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