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죽어가는데… 탄핵 정국 모든 게 올스톱돼 걱정”

입력 2024-12-20 00:43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소상공인이 처한 어려운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송 회장은 “소상공인들에게 최저임금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윤웅 기자

폐업 소상공인 100만 시대다. 고물가와 경기침체 장기화로 대기업조차 허리띠를 졸라매는 현실이다. 소상공인의 상황은 더 열악할 수밖에 없다. 현재 소상공인은 766만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국 인구의 15% 수준이다. 작지 않은 규모지만 생계가 먼저인 이들이 공론의 장으로 나서긴 쉽지 않다. 불황에 휘청이는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곳이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다.

송치영 신임 소공연 회장은 지난 8월 61.4%의 득표율로 제5대 회장에 당선됐다.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에 놓인 소상공인 제반 환경을 개선해나가야 하는 무거운 책무를 맡게 됐다. 그는 취임식에서 “개인적으로 최저임금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극단적으로 말씀드리면 우리나라 경제 전체를 뒤틀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최저임금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게 느껴졌다. 인터뷰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사태 일주일 뒤, 첫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부결되고 사흘 뒤에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탄핵 정국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직격탄이 되지 않겠나.

“안 그래도 회원지역본부를 대상으로 계엄령 전후로 소상공인들에게 타격이 있었는지 긴급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인터뷰 이틀 뒤인 12일 발표된 실태조사에서 소상공인의 88%가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고 답했다.)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과 소상공인·골목상권 민생토론회를 했었고, 그 자리에서 많은 안건이 논의됐는데 갑자기 복잡한 시국이 됐다.”

-최근까지만 해도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이 큰 쟁점이었다.

“매해 5인 미만 사업장이 나 홀로 사업장이 돼가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주 52시간 근로 제한, 연장·휴일·야간근로수당 지급 등 근로기준법을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도 최저임금 인상이 논의될 텐데 소상공인들이 더 어려워질 상황에 대한 대책은 있는지 묻고 싶다.”

-‘나 홀로 사장’조차 줄고 있지 않나.

“구조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자영업을 하며 사람을 두고 일할 수 있는 곳이 몇이나 될까. 고물가 속에서 모든 비용이 올라가는데 여기에 근로기준법까지 일괄 적용하면, 그나마 버티고 있던 소규모 사업장들도 힘들게 만들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가장 절실하고 빠르게 해결해야 할 소상공인 문제는 뭔가.

“최저임금 문제다. 최저임금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업종별로 구분 적용해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겠다는 정책도 소상공인의 현실을 모르는 이들이 모여 한 ‘탁상행정’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전국 소상공인이 현재 766만명인데 이는 한국 인구수의 15% 정도 된다. 이토록 많은 국민의 생계는 고려치 않은 것이다.”

-가장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이 있다면.

“대출이자를 낮춰주는 것, 그리고 세액공제를 해주는 것.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지금 거리를 다니면 ‘임대문의’가 붙은 빈 가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국세청이 최근에 집계한 것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한 사업자가 98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지난해 폐업 신고 사업자 수는 98만6478명이었다.) 올해는 100만명을 넘지 않겠나. 한 사업장 당 1억원씩 손해를 봤다고 계산하면 100조원의 손실이다. 한 매장이 폐업하면 이는 한 가정의 위기와도 연결된다. 아까 말했듯 소상공인은 한국 인구의 15%를 차지한다. 국가가 편히 흘러갈 수 없다.”

-탄핵정국이라는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 것으로 보나.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피해도 우려스럽지만, 최저임금 문제를 비롯한 소상공인 관련 문제들을 논의하려면 국회가 안정적인 상황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처럼 국회가 탄핵 이슈에 완전히 매몰돼 버리면 모든 게 ‘올스톱’ 되지 않나. 그것도 상당히 걱정스럽다.”

-취임 석 달이 지났다. 그동안의 소회를 듣고 싶다.

“소상공인 매장을 떠올려보면 그 주인들의 일그러지고 힘든 표정, 얼굴에 찌든 주름. 이런 것들만 생각난다. 혼자 가게를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 가족들이 나와서 도와줄 수밖에 없는 상황들. 그것이 소상공인의 현주소다. 그 중심에 최저임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공약했던 협회 회관 건립이나 소상공인 은행 설립, 이제 그런 이야기는 안 한다. 여기 와서 보니 그건 한가한 소리더라. 당장 내일 가게를 열 수 있을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소상공인 회관 건립이 무엇이 와 닿겠는가.”

-내년 계획을 말씀해주신다면.

“소상공인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여러 제도가 소상공인의 상황을 완전히 비틀어놨다고 생각한다. 법제화된 것들로 소상공인들이 돈을 벌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물론 악조건 속에서도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가지고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몹시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걸 말씀드리는 것이다. 연합회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중점 추진 정책들을 정하고 있다. 내년부터 이를 중심으로 밀고 나가려 한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