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닛산 합병 검토, 세계 3위 자동차기업 탄생 예고

입력 2024-12-19 03:14
마코토 우치다(왼쪽) 닛산자동차 최고경영자(CEO)와 미베 토시히로 혼다자동차 CEO가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자동차 7, 8위인 일본 기업 혼다와 닛산이 합병을 검토한다. 합병이 성사되면 세계 3위 완성차 업계로 거듭나게 된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혼다와 닛산은 기업결합(M&A)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조만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지주회사 통합 비율 등 세부 사항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향후 미쓰비시자동차도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닛산은 미쓰비시 최대주주다.

혼다와 닛산은 올해 3월부터 전동화 등에 필요한 포괄적 협의에 나섰다. 지난 8월에는 차세대 차량용 운영체계(OS)를 공동 개발하고 전기차 부품 표준화 등을 추진했었다. 이제 경영 통합으로 수익성 개선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2, 3위 기업인 두 회사는 최근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혼다는 중국 전기차기업인 BYD(비야디)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 시장에서도 입지가 좁아졌다. 닛산은 신차 개발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며 판매 부진을 겪었다. 미국에서 수요가 많은 하이브리드차를 출시하지 못한 게 컸다.

교도통신은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 분야에서 미국 테슬라와 중국에 뒤처져왔다”며 “두 회사가 이번 기회를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두 회사가 경영 통합을 이루면 수익성 개선 외에도 전기차, 자율주행,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서 투자 비용을 분담하고 기술력을 공유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된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올해 소비심리 위축과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약진으로 침체와 부진에 허덕였다. 폭스바겐그룹을 포함해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은 공장 문을 닫거나 구조조정을 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M&A와 전방위적인 협업도 대안으로 제시돼 왔다. 혼다와 닛산은 M&A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단숨에 글로벌 판매량 3위 기업에 오른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혼다는 398만대, 닛산은 337만대를 판매했다. 합치면 735만대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현대차그룹(730만대)의 판매량을 넘게 된다. 지난해 글로벌 1위는 토요타그룹(1123만대), 2위는 폭스바겐그룹(923만대)이었다. 올해는 폭스바겐그룹이 중국시장에서 부진하면서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2위를 노리고 있다.

다만 합병이 최종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닛산과의 협업을 부인하지도 시인하지도 않았다. 그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고,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다 얘기하자면 (경영 통합의)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