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저소득층 10명 중 7명은 1년이 지나도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고소득층은 해당 구간 진입이 어렵지만 일단 들어서면 오래 머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사회 소득 계층의 양극화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통계청은 1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7~2022년 소득이동 통계 개발 결과’를 발표했다. 통계청이 계층 이동성을 보여주는 지표를 발표한 건 처음이다. 이 통계는 동일한 개인에 대해 매년 인구·가구·소득 정보 등의 변화를 추적한 패널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사회 이동성 개선, 취약계층 지원에 필요한 정책의 기초자료로 쓰이게 된다.
이에 따르면 2021년 소득 1분위(하위 20%)의 69.1%는 이듬해에도 해당 분위를 유지했다. 1년 전(2020→2021년)에는 해당 비율이 68.3%였다. 저소득층 10명 중 7명은 1년 뒤에도 저소득층이라는 뜻이다.
소득 5분위(상위 20%)는 1년 뒤에도 86.0%가 제자리를 지켰다. 모든 소득 계층 가운데 유지율이 가장 높았다. 한번 고소득층이 되면 그 위치에 오래 머문다는 뜻이다. 2021년 4분위(상위 20~40%)였던 사람이 이듬해 5분위로 상향 이동한 비율은 10.2%였다. 5분위로의 진입이 어렵다는 뜻이다.
계층 간 이동을 보여주는 소득 이동성은 점점 줄고 있다. 소득 이동성은 상대적 소득 순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소득 상·하향 이동을 경험한 이가 많을수록 소득 이동성이 높게 나타난다. 2022년 기준 전년 대비 소득분위가 오르거나 내린 사람의 비율은 34.9%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쳤던 2020년(전년 대비 35.8%) 이후 2년 연속 하락한 수치다. 통계청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충격이 가해진 이후 회복 과정에서 소득 상황이 유지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일용직 등 일부 소득 계층에서의 변동이 발생한 뒤 최근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소득 타격은 남성보단 여성에게 집중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전년 대비 남성의 소득 하향 이동 비율이 17.4%였다가 2020년 17.2%로 줄어든 데 반해 여성은 17.7%에서 18.0%로 오히려 늘었다. 해당 기간 소득이 하락한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았다는 의미다. 청년층의 경우도 15~39세 남성 소득은 2019년에 전년 대비 16.7%에서 2020년 16.8%가 하향 이동해 0.1% 포인트만 늘어났다. 반면 여성 청년층은 같은 기간 18.8%에서 19.3%가 하향 이동하며 남성보다 더 큰 폭으로 늘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 이동성을 측정하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노동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직업훈련이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고부가가치사업 지원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