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 불응에 의결서 거부… 尹의 ‘진지전’

입력 2024-12-19 03:11
사진=뉴시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사진) 대통령이 수사기관들의 경쟁적 출석 요구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의결서 등 서류는 사실상 수령이 거부됐고, 현재까지 실질적으로 진행된 압수수색도 없다. 윤 대통령이 최대한 시간을 확보하며 사정 변경의 기회를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버티기’가 지나치면 수사나 탄핵심판에서 더 궁지에 몰릴 수 있다.

윤 대통령은 18일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조수사본부(경찰·공수처·국방부)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공조본은 지난 16일 윤 대통령의 피의자 출석을 요구하는 서류를 관저로 보냈으나 수취 거부로 반송됐다. 윤 대통령 측은 전날 “기본적으로 법 절차를 존중하고 따르겠다”면서도 “대통령이 오란다고 가고 그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의 윤 대통령 사건 공수처 이첩으로 종전까지 지적되던 중복 수사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윤 대통령 측은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 수사 대응 기조를 묻는 국민일보의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했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검찰과 공조본 등이 각기 출석을 요구하는 것을 두고 “수사기관들의 경쟁적 상황이 정리돼야 한다”고 밝혔었다.

윤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와 관련해서도 아직 무대응하는 기류다. 헌재는 지난 16일 윤 대통령 측에 여러 경로로 탄핵소추의결서를 보냈으나 아직 명확한 수신 확인을 못하고 있다. 인편을 통해 관저로 보낸 문서는 ‘경호처 수취 거부’로, 대통령실에 우편으로 보낸 서류는 ‘수취인 부재’로 송달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수사기관과 헌재가 요구하는 절차에 바로 응하기보다는 일정 조율을 병행해 가며 대응책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아직 탄핵심판 대리인단, 수사 변호인단을 완전히 꾸리지 못한 상태다. 내란 혐의 수사와 탄핵심판의 핵심이 될 ‘국헌 문란의 목적성’ 판단과 관련해 장외 여론이 서서히 바뀔 것을 기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이 계속 수사·재판에 응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분석도 있다. 헌재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할 때 “검찰이나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했다”며 “헌법 수호 의지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