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내란 혐의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넘기기로 했다. 윤 대통령 사건을 두고 수사기관 간 경쟁이 격화돼 ‘위법 수사 논란’이 커지자 결국 수사 주체를 정리한 것이다. 출범 이후 4년간 초라한 성적표를 낸 공수처가 초유의 현직 대통령 수사를 전담하게 되면서 수사력 시험대에 올랐다.
대검찰청은 18일 윤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들을 뺀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한 이첩 요청을 철회키로 했다.
그간 군검찰이 합류한 검찰 특수본과 공수처·경찰·국방부 조사본부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가 각각 윤 대통령에게 소환 통보를 하면서 중복 수사 우려가 제기됐다. 공수처는 지난 13일 검찰과 경찰에 사건 이첩을 재차 요청했다. 경찰은 지난 16일 윤 대통령 등 사건을 이첩했다.
공수처법은 공정성 등을 근거로 공수처가 적절하다고 판단해 사건 이첩을 요청하면 수사기관이 응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검찰은 계속 윤 대통령 수사를 이어갈 경우 적법성을 두고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이첩 결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수사와 재판에서 논란 소지를 없애겠다는 취지”라며 “양쪽에서 소환조사를 하는 식의 극단적인 일은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여러 의견을 종합해 이첩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특수본 내부에선 이첩 결정에 강한 반발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박세현 특수본부장(서울고검장)이 이날 오후 대검에서 심 총장과 면담한 것을 놓고 ‘항의성 방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대검은 “향후 수사 방향을 논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공수처는 ‘구속영장 5전 5패’ ‘직접 기소 사건 중 유죄 확정판결 0건’ 등의 결과로 수사력 논란에 시달려 왔다. 그런 만큼 이번 수사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등 주요 군 관계자는 검찰 특수본이,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사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이어갈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일 롯데리아에서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이날 발부했다. 영장에는 요인 암살에 투입되는 최정예 특수부대 HID 부대가 계엄 때 운용된 정황도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노 전 사령관과 중앙선관위 서버 확보 등을 논의한 혐의를 받는 문상호 정보사령관을 국수본과 공조해 체포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