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사태 이후 주말마다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는 참가자 간 충돌이나 사고 없이 비교적 질서 있게 진행됐다. 여기에는 사고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집회 현장에 투입된 이른바 ‘대화경찰관’의 활동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집회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화경찰 전담 인력을 지정하고 권한을 더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지난 14일 오후 5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그는 ‘대화경찰’이라고 적힌 형광 조끼를 입고 사람이 몰려 위험해 보이는 곳을 찾아다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소속 박모 경위였다.
박 경위는 인파로 이동이 어려운 골목 등을 발견하면 큰 소리로 이동을 권했다. 박 경위 말을 듣고 자리를 정돈하고 몇 걸음씩 자리를 옮기는 시민들이 많았다. 당시 박 경위를 포함해 영등포서 대화경찰관 16명이 집회 현장에 투입돼 있었다.
무엇보다 대화경찰관의 가장 큰 임무는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당시 여의도 현장에는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이 주를 이뤘지만, 이를 반대하는 보수단체 회원도 일부 집결했다. 박 경위는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에게 “경찰에 미리 신고한 구역 내에서만 집회를 해 달라” “욕설 등 다툼을 유발할 수 있는 행동은 자제해 달라”고 수차례 설득했다. 그는 “각자 자유롭게 집회에 참여하되, 혹시 모를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양쪽 집회를 오가면서 소통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대화경찰관은 스웨덴에서 처음 시행된 제도로, 2018년 국내에 도입됐다. 그전까지는 집회가 열리면 관할 경찰서 정보경찰관이 사복을 입은 채 현장에서 집회 참가자들을 주시하며 통제하는 역할을 했다. 집회 도중 갈등을 줄이고 사고를 예방하는 역할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게 대화경찰 제도다. 현재 전국적으로 1912명의 대화경찰이 있다. 이들은 경찰인재교육원에서 주기적으로 집회 현장 교육을 받는다.
다만 대화경찰의 전문성과 권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경찰 직제에 대화경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주로 정보과 형사들이 임시로 대화경찰 역할을 부여받는다. 평소 정보과 업무 등을 수행하다 집회가 발생하면 현장에 투입되는 상황이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현행 대화경찰관 제도는 평소 일은 그대로 하고, 업무 부담만 늘어나는 구조라 현장에서 기피하는 분위기도 있다”며 “피해자 전담 경찰관처럼 대화경찰관도 경과를 따로 분류해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에 투입된 대화경찰에게 사법적 권한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물리적 충돌 상황이 벌어질 경우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대화경찰이 집회 참가자와의 소통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되, 급박한 상황에서 기동성 있게 사법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