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하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의 정국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한동훈 체제’ 붕괴 이후 양당 수장의 첫 상견례다. 두 사람은 서로 웃으며 대면했지만, 탄핵 정국 진단이나 국정 안정화 방향 등을 두고는 각자 자기 말만 했다.
권 권한대행은 모두발언에서 이 대표가 자신을 환대해 준 데 대한 감사 인사를 한 뒤 곧바로 헌법 개정 필요성을 꺼냈다. 그는 헌정사상 세 차례 대통령 탄핵소추가 이뤄진 점을 거론하며 “대통령 중심제가 과연 우리 현실과 잘 맞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전부 아니면 전무 게임인 대통령제를 좀 더 많은 국민의 의견이 반영되고 상생과 협력을 할 수 있는 제도로 변경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권한대행은 이와 함께 “최재원 감사원장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 14건의 탄핵소추안이 헌재에 계류 중”이라며 “이전에 남발했던, 정치 공세적 성격이 강한 탄핵소추는 철회해 달라. 많은 탄핵소추로 국정이 마비된 상태니 풀어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권 권한대행을 두고 “저의 대학 선배님이시고 어릴 때 고시 공부를 같이했던, 옆방을 쓰던 선배님이시다. 개인적으로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소개했다. 두 사람은 각각 중앙대 법학과 80학번, 82학번으로 2년 선후배 사이다.
이 대표는 그러나 권 권한대행의 제안에는 화답하지 않았다. 대신 “서로 존재를 인정하고, 적정하게 양보하고 타협해서 일정한 합의에 이르게 하는 게 정치 본연의 역할인데, 현재는 안타깝게도 정치가 아닌 전쟁이 돼 버린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건 역시 헌정 질서의 신속한 복귀”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초당적 ‘국정안정협의체’ 출범을 거듭 요청했다. 그러면서 “국정안정협의체에 대해 권 권한대행이 비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저희는 필요한 부분까지 다 양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국회 1, 2당과 모든 정치세력이 힘을 합쳐 실질적인 협의를 하는 게 필요하다”는 언급도 했다.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는 회의장 밖으로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기도 했다. 다만 특별한 합의점 도출은 없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로 ‘자주 만나자’는 것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권 권한대행이 ‘반도체 특별법’ ‘전력망 특별법’ 등 일부 법안에 대한 조속한 논의를 제안했고, 이 대표는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권 권한대행은 이 대표의 추경 요청에 대해 “내년도 예산안이 결정된 후 집행도 안 됐는데, 급하지 않으냐”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헌법재판관 인선 문제나 대통령제 개헌, 국방부 장관 임명 등에 대한 논의도 없었다.
정현수 정우진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