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준비 절차에서 국회 회의록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회의록에는 “윤 대통령이 (국회) 문을 부수고 끄집어내라 했다” 등의 주요 군지휘관 발언이 있다. 전문가들은 국회 회의록 등이 헌재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으며 사실관계 보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6~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재는 이른바 ‘안종범 수첩’을 증거로 채택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은 수첩에 대통령 지시사항 및 수석비서관회의, 티타임회의 내용 등을 적었는데 탄핵소추 사유 상당수와 관련 있는 내용이었다.
이번 탄핵심판에서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잇따라 열린 국회 상임위 회의록이 핵심 증거로 꼽힌다.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대통령이 4일 0시30~40분쯤 비화폰으로 제게 직접 전화했다.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하셨다”고 했다.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도 같은 날 국회에서 “국회의원 체포 지시는 여인형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제가 직접 받았다. B-1 벙커 안에 구금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국회에 출석한 증인들은 질의 전 위증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선서를 한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국회 회의록이 헌재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의 수사 기록도 제출받을 계획이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국정농단 사태 관련자 수십명의 검찰 진술조서를 한 번에 증거로 채택한 바 있다.
헌재 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탄핵심판은 직무 배제를 할 정도의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 그 행위가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지 판단하는 것”이라며 “형사 법정처럼 (수사 기록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다는 사실관계를 보강하는 보조적 증거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 측에서 헌재법 32조를 근거로 헌재의 수사 기록 확보에 이의신청을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헌재법 32조는 ‘재판 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 기록의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정한다.
박 전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 당시 헌재가 이 조항을 어겼다며 이의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형사소송법 272조 ‘법원이 직권으로 공무소 등에 서류 송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해 서류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헌재는 탄핵심판을 진행할 때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법조계에선 박 전 대통령 사건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에도 헌재의 수사 기록 확보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