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보다 기부금으로 입학시켜”… 美 명문대 3곳 피소

입력 2024-12-19 00:00 수정 2024-12-19 00:00
EPA연합뉴스

“내년에는 거액 기부자 자녀들이 (우리 학교에) 더 많아지길 바란다.” 미국 명문사립대인 노터데임대 입학사정위원회의 한 위원은 수년 전 차기 연도 신입생 선발이 마무리되자 동료 위원들에게 이 같은 말을 뱉었다. 부유층 출신 신입생의 숫자가 너무 적다는 불평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시카고 연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부정 특혜 입학 관련 소송의 원고 측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노터데임대 관련 자료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조지타운대 입학사정 자료들을 증거로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증거 자료에는 노터데임대가 2016년 신입생을 선발하면서 86명의 거액 기부자 자녀를 입학시켰으며 전체 기부자 자녀의 76%에게 가산점을 부여한 내용이 담겼다.

MIT의 입학사정위원 한 명은 자신의 사업 파트너인 백만장자 자녀 2명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입학 허가를 내줬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지타운대에서도 총장이 SAT 및 학업 성적이 아닌 부모의 기부금 규모와 기부 내역으로 입학사정을 진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원고 측은 “엘리트 사립대일수록 지원자가 입학 지원서에 부모의 재력과 학력, 기부금 규모 등을 상세히 기재할 경우 중산층이나 저소득층 출신 학생들에 비해 선발될 확률이 훨씬 높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3개 대학은 “우리는 객관적인 입학사정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신입생을 선발해 왔다”며 원고 측과 합의 없이 법정에서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아이비리그’를 나온 5명의 졸업생은 2022년 1월 “명문 사립대들이 저소득층에 대한 학비 보조금은 대폭 줄인 반면 부자 학생들에겐 부당한 특혜를 줘 입학시켰다”며 이들 3개 대학을 포함한 16개 대학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 중 컬럼비아대와 예일대, 노스웨스턴대, 코넬대, 브라운대, 캘리포니아공대, 시카고대, 다트머스대, 듀크대, 에모리대, 펜실베이니아대, 라이스대, 밴더빌트대 등 13개 대학은 일부 사실을 시인하고 관련 제도를 고치거나 원고 측과 합의한 상태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