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현지 공략 ‘쌍끌이’… 세계 발넓히는 식품업계

입력 2024-12-18 18:38
CJ제일제당 제공

식품업계의 해외법인 설립과 현지 공장 건립이 활발하다. 수출과 현지 공략 ‘쌍끌이’가 식품기업의 글로벌 성장 공식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정체된 내수시장 대신 해외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식품기업들은 내년에도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할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 급등과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가운데 현지 공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이 중국에 첫 해외법인을 설립하고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현지 공장을 짓기로 했다. 규모와 부지 위치는 추후 공개하기로 했다. 세계적으로 ‘불닭신드롬’을 일으키며 오로지 수출로 승부를 본 삼양식품은 이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수출 7억불을 달성하고 매출 중 수출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확인한 만큼 현지에서 위상을 다진다는 계획으로 분석된다.

수출 대신 현지 생산·판매가 갖는 이점은 여러가지가 있다. 현지 공장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원부자잿값, 물류비, 인건비 등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환율 변동성에 대응하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현지 수요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도 크다.

식품기업 중 해외에 가장 많이 공장을 세운 CJ제일제당은 최근 미국 중부 사우스다코타에 북미 최대 규모 아시안 식품 제조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도 비비고 만두 생산공장을 추가로 건립한다. CJ제일제당은 현재 미국, 유럽, 중국, 베트남 등에서 33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등에서 입지가 탄탄한 오리온도 공격적으로 해외 공장 건설에 나서고 있다. 연내 베트남 하노이 공장을 증설하고 호치민과 하노이에 추가 공장을 세우기 위한 부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오리온은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 인도 등에 총 11개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농심도 미국 2곳, 중국 4곳 등 생산 공장 6개를 갖고 있다. 2022년 미국 LA에 지은 제2공장은 연면적 약 2만6800㎡ 규모로 북미의 K라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연간 5억개 라면을 생산할 수 있는 수출 전용 공장 착공에 들어간다.

삼양식품의 사례로 K푸드의 현지 진출 공식이 재확인됐다. 수출을 통해 현지에서의 가능성을 타진한 뒤 공격적 해외투자로 글로벌 입지를 높이는 식이다. 1990년대부터 현지에 공장을 세우기 시작한 농심과 오리온도 이 공식을 따랐다. 삼양식품처럼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이들 역시 수출을 통해 시장 테스트를 마친 뒤 현지 공장을 설립해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오리온은 일찌감치 2013년에는 중국 시장에서만 1조원 매출을 올렸다.

CJ제일제당은 ‘맨땅에 헤딩’식으로 과감한 투자를 벌인 케이스다. 2013년 미국 플러튼에 비비고 만두 공장을 건설한 CJ제일제당은 국내와 해외에 비비고 만두를 동시 출시하며 곧바로 현지 공략에 나섰고 K푸드 선봉에 설 수 있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