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내란 사태 피의자 신분임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양곡관리법,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6개 쟁점 법안과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고 공개 압박에 나선 것이다. ‘피의자 신분’ 언급은 한 권한대행의 선택에 따라 언제든 탄핵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으름장이다. 다만 권한대행 탄핵을 실제 강행하기엔 민주당도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권한대행 자리를 대통령이 된 것으로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권한을 남용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묵과하지 않겠다”며 “거부권 행사를 포기하라”고 말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청소대행은 청소가 본분”이라며 “주인 물건을 자신 것처럼 사용한다면 절도범”이라고 공세를 폈다.
황정아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한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한 입장 표명을 촉구한다”며 “비선출 권력이 선출 권력인 입법부를 방해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 권한대행은 내란 사태 피의자 신분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특검 거부는 ‘셀프 방탄’이고, 이를 방해한 경우 가중처벌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발언했다. 황 대변인은 “거부권 사용은 사실상 ‘윤석열정부 시즌 2’”라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한 권한대행) 탄핵안을 준비 중이다. 만약 거부한다면 탄핵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거센 공세는 탄핵 정국 초반 한 권한대행에 대한 ‘기강잡기’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로 사실상 여당이 사라진 만큼 원내 제1당인 민주당 주도로 국정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를 거부하고, 고위·실무 당정협의를 통한 정국 관리 입장을 밝혔다. 한 권한대행이 기존처럼 국민의힘과 보조를 맞출 경우 탄핵 정국의 역학 구도가 흔들릴 수 있어 민주당이 사전 조치에 나섰다는 것이다.
박주민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일단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고 법이 공포되게 만든 뒤 국회와 상의해 개정안을 내는 식으로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먼저 야당을 존중하는 모양새를 취한 뒤 협조를 요청하라는 제안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양곡관리법 등 ‘농업4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고 즉시 공포하라는 서한을 총리실에 전달했다.
이동환 송경모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