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8일 회동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탄핵심판 사태로 정국이 혼란한 가운데 제1당 대표와 여당 원내대표가 만난 것은 의미가 있다. 회동 때 나온 발언도 눈길을 끈다. 이 대표는 “양보하고 타협해서 합의에 이르는 게 정치의 본연이며 이런 정치를 복원하자”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과 여당이 대화하거나 협의하지 못할 주제가 없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입법부가 경쟁을 자제하고 민생과 안보를 위해 머리를 맞댄다면 정국 혼란을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지금은 비상시국이어서 여야 지도부도 기존의 대립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야 간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하지만 이런 말들이 사탕발림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170석으로 입법부를 장악한 제1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이 대표가 정치를 복원하자고 제안했는데 그러기 위해선 ‘입법 독주’와 ‘사법 방탄 정치’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권 원내대표가 요청한 대로 14건에 이르는 감사원장, 장관,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를 속히 거둬들여야 한다. 또 대통령 탄핵심판은 빨리 끝내라면서 본인의 재판은 고의로 지연시키며 여야 간 정쟁을 야기하는 일도 중단돼야 한다.
아울러 정치권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끝날 때까지라도 쟁점 법안들은 뒤로 미뤄놓고 시급한 민생 법안 처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 대표가 회동에서 추경을 빨리 편성하자고 제안한 것도 그만큼 경제가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계엄 사태로 대외 신인도가 흔들리는 상황에선 여야 할 것 없이 모두가 경제 살리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날 “여야정이 앞으로 중요 경제정책을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고 요청했는데, 여야 모두 이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