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입원실에 옮겨두고
저는 서울로 올라갑니다
별수 없다고 했습니다 아픈 사람의 입에서 짜부라져 나온 그 말
별수 없다, 별수 없어,
따라 중얼거리다 보니 제법 안심하게 됩니다
별수 없이, 또 살겠구나 그러겠구나
저는 서울로 갑니다
…중략…
애를 써보아도 눈은 감기지 않습니다
옆 사람이 켜둔 휴대폰 화면을 흘끔거리며 공연히 어떤 드라마를 상상하며
울고
이별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장면 같은 것
결국, 사랑하는 이야기일 테지요
네, 저도, 괜찮습니다
겹겹의 흉터로 털컹이는 창을 도리 없이 바라보면
그 독하다는 어둠도 어쩌지 못하는
사람의 피
사람의 침, 가래, 오줌, 그리고
얼굴
저는 서울로 갑니다
제가 아는 가장 먼 곳으로
도망치듯
기차가 달려갑니다
깊은 잠에서 이제 막 깨어나, 꼭 그런 척
공들여 기지개를 켭니다
뻣뻣한 몸이 응급실처럼 환히 불 밝힌 역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미끄러져 들어갈 때쯤
배가 고파질 것입니다
저는 곧 도착합니다
- ‘2025 현대문학상 수상시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