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청년 고향에 자리잡도록… 취·창업 힘 보태는 대학·교회

입력 2024-12-19 03:00
게티이미지뱅크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를 졸업한 최영로(가명·38)씨가 서울에 올라온 건 12년 전이다. 그는 “주변 동기 중에서 부산에서 취업한 사례는 드물다”며 “졸업한 뒤 부산에 계속 살더라도 직장은 울산이나 창원으로 다니는 경우가 더 많았다. 부산에 대기업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매출액 기준 우리나라 100대 기업 중 부산 소재 기업은 없다. 최씨는 LG에 근무하고 있다.

부산시 공무원이 꿈인 김명우(가명·27)씨 역시 사기업 취업은 일찍이 포기했다. 김씨는 “부산에는 네임 밸류가 있는 기업이 거의 없다”며 “부산 지역 취업준비생들이 그나마 가고 싶어하는 곳은 공기업이나 병원 같은 직장”이라고 말했다.

부산 청년 5명 중 1명은 최씨처럼 이주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3명 중 2명은 부산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로 ‘구직·취업·직장’을 꼽았다(그래픽 참조). 이주 계획을 내비친 청년들의 응답률은 2년 전 첫 조사보다 2.3% 포인트 늘어났다.


부산시가 최근 발표한 ‘2024 부산 사회 조사’ 결과를 보면 다른 지역으로 이주 계획을 세우고 있는 부산 청년들(15~39세) 중엔 수도권으로 이주를 희망하는 인원(75.2%)이 가장 많았다. 울산 창원 등 동남권으로 이주를 고민하는 청년은 10명 중 2명이 안 됐다(15.9%).


이런 현실에서 기독교 대학과 교회가 취업 부축 사역을 통해 청년들의 지역 정착을 돕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청년 개개인의 자립을 넘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교계의 사역도 눈길을 끈다. 청년들의 취업과 정착을 뒷받침하는 기독 기관들은 부산 지역을 넘어 전국구로도 활약하면서 수도권 쏠림 현상을 줄이는 일에 나서고 있다.

부산 고신대(총장 이정기)는 지역 청년들과 2016년부터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취업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있다. 재학생에게 제공하는 진로·취업 상담과 취업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에 지역 청년도 무료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대학은 지역 도서관과 복지관을 찾아 청년고용정책 설명회도 진행한다. 특성화고 학생에겐 입사지원서 지도와 모의면접 같은 취업지원 서비스도 제공한다.

고신대 박현정 팀장은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부산 원도심(영도구·중구·서구) 내에서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를 운영하는 대학은 고신대가 유일하다”며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처우가 좋은 부산 지역 중견기업들의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은 취업 역량 강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역 청년 10명 중 9명이 부산 지역 기업에 취업했다고 밝혔다. 올해 고신대 취업 역량 강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역 청년은 1200여명이다.

어번데일벤처스(대표 권혁태)는 부산 서면에 청년창업센터를 세워 지역 청년들의 창업 지원과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부산진구와 사상구에선 지역상권 활성화 사업 추진을 기치로 5년간 100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지역 청년의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사상구에선 전통시장을 주축으로 이주민과 외국인 유학생의 창업·정착을 돕는 도시재생 사업도 추진 중이다. ‘리틀 아시아 타운’으로 알려진 이 사업의 목표는 이주민과 지역주민의 상생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다.

어번데일벤처스의 사업에 경기도 안양 새중앙교회(황덕영 목사)도 협력하고 있다. 교회와 기업은 청년창업 기금, 사회공헌 기금, 도시재생 기금 등을 조성해 부산 지역 이외에도 강릉 안양 등 지역 청년의 창업과 상권 재생을 지원하고 있다. 황덕영 목사는 “청년 창업 발판 마련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경제 활성화”라며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새중앙교회가 교회 문화센터 1개층을 청년창업센터로 개조한 건 지난해 9월부터다. 현재 8개 청년 스타트업이 무료로 입주해 멘토링과 컨설팅을 받고 있다.

새중앙교회처럼 전국구로 지역 청년의 취업과 정착을 돕는 교계 기관은 또 있다.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휴먼브리지(대표 김병삼 목사)도 청년들의 창업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월드휴먼브리지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49개 사업장을 선정해 청년창업을 돕는 일을 진행했다.

이현성 손동준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