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 내년으로 연기

입력 2024-12-18 18:28
제주평화인권헌장안에 반대하는 한 종교 관련 단체가 18일 제주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문정임 기자

제주4·3의 아픔을 평화와 인권의 가치 실현으로 승화하기 위한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 작업이 해를 넘긴다.

제주도는 이달 중 제주평화인권헌장 최종안을 확정해 선포식을 열기로 한 일정을 내년 상반기로 미뤘다고 18일 밝혔다. 제주평화인권헌장안에 대한 일부 기독교 단체와 학부모 단체의 반대 의사를 받아들여 내년 2월까지 두 차례의 토론회를 열고 수렴된 의견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토론회는 도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형식으로 진행된다. 구체적인 방식과 시기는 이달 중 찬반 단체 등과 협의해 결정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8월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위원회를 출범해 헌장 제정 작업을 시작했다. 지난 4월 공모를 통해 도민 100명으로 참여단을 구성하고, 헌장 기본안을 마련했다. 이후 두 차례 공청회가 열렸지만 반대 단체의 반발로 10여분 만에 마무리되는 등 파행으로 끝났다.

도는 공청회 이후 제기된 여러 의견을 심도있게 검토하기로 한 후 토론회를 더 열기로 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달 5일 열린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위원회 회의에서 “일정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더 많은 도민이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는 헌장을 채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추가 의견 수렴을 지시했다.

제주평화인권헌장은 전문과 40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4·3과 평화, 참여와 소통, 건강과 안전, 문화와 예술, 자연과 환경 등 도민 생활과 밀접한 보편적 기준과 권리, 이행 원칙을 담고 있다. 이 중 논란이 되는 부분은 제2조 차별받지 않을 권리다. 반대 단체들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기재된 항목 중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관련 내용이 인권 역차별을 부르고 여성과 아동의 인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단체는 4·3왜곡과 폄훼에 대응할 권리가 담긴 제6조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