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가 시끄럽다는 것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롯데리아에 두 번이나 갔는데 오전에도 시끄럽고, 오후에도 시끄럽네요.” 2014년 1월 10일 수원지방법원 법정에서 판사가 롯데리아 얘기를 했을 때 웃음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그의 얘기는 농담이 아니었다.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에서 이석기 전 의원 등 피고인 7명의 내란음모죄가 성립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장소 중 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제보자가 녹음해 국가정보원에 제출한 파일 중에는 롯데리아에서 녹음한 것도 있었는데 이 파일들과 제보자의 증언은 사건의 핵심 증거였다.
10년여 만에 롯데리아가 다시 내란 사건과 얽혔다. 전·현직 정보사령관들이 비상계엄 전에 롯데리아 매장에서 회동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지난 1일 정보사 소속 대령 2명과 함께 한 롯데리아에서 만나 햄버거를 먹으며 계엄을 사전 모의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특별수사단은 CCTV 영상도 확보했다.
경찰 조사 내용이 전날 알려진 후 18일 인터넷에선 롯데리아와 계엄을 엮은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번지고 있다. 인공지능(AI)에 ‘계란이 네 개 들어간 버거’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해 제작된 이른바 ‘네란 버거’나 큰 게를 버거에 넣은 ‘게엄 버거’ 사진도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해당 롯데리아 지점에 대한 리뷰를 쓰면서 “계엄 모의 세트를 출시해 달라”거나 ‘내란 음모의 성지’라는 등의 악담을 하며 ‘별점 테러’를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롯데리아 측은 “햄버거 판매점이 정치와 엮여 곤혹스럽다”며 “해당 가게 점주도 당황스러워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잖아도 경기가 어려운데 계엄이나 내란 음모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가게에 오명을 뒤집어씌우면 해당 영업점에 큰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자칫 범죄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니 자영업자에 피해를 주는 행동은 삼가는 게 좋겠다.
정승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