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 예산 조기 집행, 취약 계층 보호가 우선이다

입력 2024-12-19 01:20
국민일보DB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정치 불확실성이 경제 위기와 맞물리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가 내년도 세출 예산 574조8000억원 중 75%(431조1000억원)를 상반기에 조기 배정하기로 했다. 거대 야당의 예산 삭감 조치에도 조기배정을 서두른 건 위기 상황을 돌파해 보려는 절박한 의지로 평가할 만하다.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기업 투자가 경제 돌파구”라며 용인 반도체 산단 조기 승인, 산업 기반 조성 등 구체적인 투자 프로젝트를 서둘러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과거 사례에서 보듯 예산을 서둘러 집행하는 것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집행 속도에 그치지 말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는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다는 점에서 정교하고 집중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통계청의 ‘소득이동통계’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2020~2022년 저소득층의 70%가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과 노년층은 소득 하향 이동이 더 두드러졌고, 특히 청년 여성의 회복력은 여전히 더디다.

이번 위기로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서민 생계 부담 완화와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아울러 가계부채 부담 경감, 일자리 창출 지원,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 등 직·간접적 소비 진작 대책이 더 과감하게 추진돼야 한다.

여야는 윤 대통령 탄핵과 민생·경제를 철저히 분리해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조속히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여·야·정 경제협의체를 조속히 가동해 반도체특별법, 인공지능(AI)기본법 등을 우선 처리해 경제 성장동력이 되살아날 수 있게 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추진했다 계엄사태로 중단된 연말 소비증가분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등 세법 개정도 서둘러 실종된 연말 특수를 되찾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야당의 예산 삭감으로 체면이 구겨졌지만, 무너지는 민생을 살리기 위해 여야가 협치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추경 편성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