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운전 중에 차량 브레이크 계통에 문제가 생긴 적이 있었습니다. 평소와 다르게 차가 잘 멈추지 않았습니다. 식은땀을 흘리며 간신히 정비소에 도착해 찾아낸 원인은 브레이크 오일을 전달하는 호스에서 발생한 누유 문제였습니다.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고장 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아비멜렉에 대한 사사기의 말씀을 보면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점점 포악해지는 아비멜렉은 도저히 자신도 멈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하나님께서 그를 멈춰 세우셨는데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성도가 가져야 할 신앙에 대해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아비멜렉을 추종하던 세겜 사람들은 급한 소식을 듣고 피난길에 오르는데요. 아비멜렉이 무고한 세겜 사람들까지 학살하고 성을 헐어버린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세겜 망대의 모든 사람은 엘브릿 신전의 보루로 피신합니다. 엘브릿은 ‘언약의 엘’이라는 뜻으로 바알브릿과 같은 바알 신전을 말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의지하고 믿는 바알은 한순간도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하나님 아닌 그 어떤 누구도, 그 무엇도 우리를 온전히 지켜줄 수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우리를 온전히 보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려운 중에 우리가 피할 곳은 오직 하나님의 품, 하나님의 그늘 아래입니다.
만약 세겜 사람들이 이 비극의 시작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결코 아비멜렉을 추종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람은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내가 안전하게 여겼던 세상 그 어떤 것도 영원히 우리의 안전을 지켜줄 수는 없습니다. 오직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 한 분만을 의지하고 따르시길 바랍니다.
계속해서 아비멜렉은 데베스에서도 엘브릿 신전의 보루와 같이 사람들이 모인 곳에 화재를 일으키려고 합니다. 하지만 망대 위에서 한 여인이 던진 맷돌 위짝을 맞고 그 자리에 쓰러집니다. 이때 아비멜렉은 자신을 따르는 부하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요청합니다.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려지는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입니다.
아비멜렉은 죽는 순간까지도 쓸데없는 곳에 마음을 두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죽음 앞에서 진정으로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채 허망하게 눈을 감습니다. 우리도 남들의 시선만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곳에 우리의 시선을 고정할 때, 잘못된 상황 판단과 결정을 통해 공동체를 어려움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따금 가던 길을 멈춰 서서 내가 걸어온 길과 가야 할 길을 점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죽음을 앞둔 시점에 이르러서가 아닌 매일의 삶 속에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고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아비멜렉 같이 마음이 무뎌져서 도무지 영적인 생각을 조금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결국 아비멜렉은 끝까지 악을 일삼다가 하나님의 징계와 처벌을 받는 것으로 생을 마치고 맙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할 것은 하나님께서는 악행을 갚으시는 분이시지만 동시에 은혜를 천대까지 베푸시는 분이라는 사실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인생의 마침표를 찍고 싶으십니까. 예수님 안에서 천대까지 은혜를 누리는 하나님의 영원한 복과 은혜 가운데 살아가시길 축복합니다.
현철호 목사(서울 열방교회)
◇현철호 목사는 서울 양천구 열방교회의 3대 담임목사로 현재 열방아카데미 대안학교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열방교회는 사도행전 전략으로 그리스도의 온전한 공동체를 이뤄 지역을 섬기고 온 세계 땅끝까지 복음을 전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