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탐은 벽돌이란 뜻의 ‘바타메라’에서 온 지명이다. 제주도 3분의 1 크기에 인구 130만 명이 산다. 수도 자카르타, 여행 명소 발리와 함께 인도네시아 3대 경제도시로 꼽힌다. 경제특구와 면세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한창 개발 중이어서 온통 공사판이다. 헤집어 놓은 곳마다 붉은 흙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 관광객들에게 바탐은 골프 여행지로 알려졌다. 세계 100대 골프 코스에 꼽히는 골프장이 수두룩하다. 이에 힘입어 호주, 싱가포르, 홍콩 등 세계 각국의 골프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다. 여행지로서는 싱가포르에서 잠시 다녀오는 곳 정도였다.
하지만 바탐은 그 자체로 여행 목적지로 변모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탐 남쪽 끝자락에 자리한 작은 섬 라노(Ranoh) 아일랜드다. 2년 전에 개방된 신생 휴양지이지만 알음알음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져 한국인들의 발걸음도 부쩍 늘고 있다.
인기는 하얀 산호 백사장에 야자수가 우뚝한 전형적인 동남아 분위기다. 20여 분 보트를 타고 들어가 섬에 발을 내디디면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여유가 여행자를 맞는다. 고요한 섬 풍경이 온전한 쉼을 안겨준다. 해양레포츠도 인기다. 아름다운 해변과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곳에서 스노클링, 바나나보트, 패러세일링 등 다양한 해양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바탐의 옛 모습을 보고 싶으면 농사(Nongsa) 지역의 원주민 마을 ‘발레발레’를 찾아보자. 야자수와 맹그로브 숲이 감싸고 있는 한적한 어촌 마을로, 전통 가옥과 소박한 생활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현재는 라우트 족 원주민 비율이 20%가 채 되지 않는다. 소수의 원주민들은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거나 이곳에 오는 관람객들에게 전통춤을 선보인다.
마을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이 반긴다. 가는 곳마다 졸졸 따라다니며 천진한 웃음소리를 내뿜는다. 수줍어하면서도 카메라를 들면 기꺼이 포즈를 취해 준다.
울창한 야자수가 심겨 있는 마을 바로 앞에는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다. 해변에는 바다를 향해 길게 나무다리가 뻗어 있다. 현지인들이 프러포즈를 많이 하는 장소다. 여행객들에겐 인증사진 명소다. 약 300m 길이의 다리 끝에 해산물 식당이 있다. 멀리 바다 건너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가 아련히 보인다.
인근에 투리 비치 리조트가 있다. 투리(TURI)는 꽃을 의미한다. 바탐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과 인도네시아다운 이국적인 분위기가 어우러져 발리를 연상케 해 ‘미니 발리’라는 애칭이 붙었다. 낮은 언덕에 자리 잡은 독채 빌라는 발리에 흔한 리조트처럼 대나무 지붕으로 마감했다.
중심 호텔을 지나 산책길을 따라가면 바(Bar)가 나온다. 바에는 발리 명물인 울룬다누 사원을 빼닮은 조형물이 있다. 이 옆에서 사진을 찍은 뒤 발리에 다녀온 것처럼 장난을 친다고 한다. 해변 가운데를 가르는 나무다리 풍광은 발리의 아름다움에 뒤지지 않는다. 발리에 가지 않고도 발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바탐 심장부에 ‘나고야 타운’이라는 번화가가 있다. 일본의 그 ‘나고야’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이 군사기지 공사를 할 때 일본인 노무자들이 퇴근 후 자주 가던 식당이 있어 일본식 이름이 굳어졌다고 한다. 현재 중국계가 차지하고 있다. 쇼핑몰·식당·호텔·환전소 등이 밀집해 있어 여행자들과 현지인들로 붐비는 곳이다. ‘루북바자’라는 지명이 있지만 관광객도, 주민들도 나고야라는 명칭에 더 익숙해졌다.
이곳은 평일 오전 1시, 주말 오전 2시까지 열리는 야시장으로 유명하다. 깔끔한 현대식 건물에 수십 개의 테이블이 놓인 거대한 홀을 공동으로 사용한다. 그 둘레에 줄지어 있는 음식점에서 주문해 먹는다. 인도네시아 해산물 요리와 중국식 고기 요리 등 메뉴도 다양하다.
바탐(인니)=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