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이 육군본부 내부망에 비상계엄 선포 전날 일정을 허위로 작성한 정황을 경찰이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박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한 사실을 숨기려고 정보를 조작한 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고 본다. 검찰 수사도 받고 있던 박 전 사령관은 이날 구속됐다. 육군참모총장이 구속된 것은 1979년 12·12 군사반란 당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이후 45년 만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17일 박 전 사령관이 육군 내부망에 일정을 허위로 기재한 정황을 파악해 이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했다고 밝혔다.
박 전 사령관은 평소 충남 계룡시 육군본부에 머무른다. 경찰은 박 전 사령관이 지난 2일 헬기를 타고 서울로 이동한 정황을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내란 진상조사단도 박 전 사령관이 지난 2일 상경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박 전 사령관은 서울에서 계엄사령관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사령관은 매일 오후 4시쯤 익일 일정을 작성한 뒤 일부 부대원만 확인이 가능한 내부망에 이를 공지해 왔다. 수행하는 부대원 등이 미리 일정을 파악해 대비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난 1일 박 전 사령관은 2일 일정에 서울 이동이나 헬기 운용 계획을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사령관은 3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교장 이·취임식 참석을 공지했고 실제로 참석했다. 이후 4일 오전에는 계룡대에서 열리는 토론회 참석이 예정돼 있었지만 그는 서울에 머무르며 비상계엄에 가담했다.
앞서 박 전 사령관은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담화 발표를 보고 계엄 선포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박 전 사령관이 미리 알리바이를 만들어 빠져나가려 했던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육군 내부망 일정 작성에 관여하는 인원들도 수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육군 관계자는 “박 전 사령관은 2일 영내에서 업무를 수행한 뒤 3일 육사 행사 참석을 위해 서울로 이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 전 사령관은 이날 구속됐다. 검찰은 군사법원에서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를 받는 박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내란 중요임무종사와 직권남용 혐의 등이 적용돼 구속된 상태로 군미결수용실에 수감돼 있다.
박 전 사령관은 최근 A법무법인의 변호사를 선임해 1차 접견을 마쳤으나, 해당 법인은 박 전 사령관에 대한 변호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예솔 김용현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