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부과·전기차 지원 축소… 첩첩산중 ‘트럼프 2.0’

입력 2024-12-18 03:5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1월 20일 백악관 재입성을 앞두고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굳건히 하고 있다. 관세 부과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는 가운데 전기차 지원 폐지도 확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한 달 남짓 남은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까지 맞물리며 정부 차원의 통상 대응에는 공백이 생겼다. 미국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낸 현대차그룹에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16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그들(다른 나라)이 우리에게 세금을 매기면, 우리도 같은 금액을 과세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대선 때부터 강조해 온 관세 부과 기조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요 기업 경영자와 측근의 설득에도 트럼프 당선인이 뜻을 굽히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현재 현대자동차·기아의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가 적용된다. 관세가 10%만 부과돼도 수익이 그만큼 내려가게 된다. 현대차·기아를 포함해 국내 수출 기업들이 관세 부과를 가장 우려하는 이유다. 매출 실적이 올라가도 수익성은 떨어지는 상황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지원 폐지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트럼프 인수팀 내부 문건에는 “전기차와 충전소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중국산 자동차와 부품, 배터리 소재 차단을 강화하는 방안을 권고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인수팀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근거한 최대 7500달러(약 1078만원) 규모의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는 방안을 권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세우고 지난달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전기차를 주로 생산해 IRA에 따른 보조금 지원을 받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이 같은 계획은 수정에 들어갔다.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차 등 생산 다변화를 당장의 돌파구로 삼았다. 현대차·기아는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전기차 지원 폐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리스크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차전지, 핵심 광물, 충전부품 등 전기차 공급망에도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탄핵정국에 따른 외교·통상 공백까지 덮쳤다.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1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한국이 대미 무역에서 흑자를 내는 상황이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을 중심으로 리더십 진용을 갖추고 대응에 나섰다. 외국인 첫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된 호세 무뇨스, 장재훈 사장, 외교관 출신으로 사장에 선임된 성김 고문 등이 핵심 역할을 감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