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취업자 101만명 ‘역대 최다’… 한류·고용허가 확대의 힘

입력 2024-12-17 18:57 수정 2024-12-18 00:12
송준행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자료에 따르면 15세 이상 국내에 상주하는 외국인과 취업자는 지난 5월 기준 각각 156만1000명, 101만명이었다. 연합뉴스

중국 난징에서 자란 A씨(23)는 대학 졸업 후 지난해 6월 재외동포(F-4) 비자를 받고 한국에 왔다. 4개월째 그가 일하고 있는 보험회사에는 외국인이 3명 더 있다. A씨는 “일이나 이곳에서의 생활이 크게 불편했던 적은 없다”며 “앞으로도 한국에서 계속 일하며 지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A씨와 같은 외국인 취업자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2024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5월 기준 15세 이상 국내에 상주하는 외국인 중 취업자는 101만명이다. 1년 전보다 8만7000명(9.4%) 증가하며 2012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들을 국적별로 보면 ‘한국계 중국’이 34만1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12만3000명)이 두 번째였다. 중국(4만2000명)은 세 번째로 많았지만 1년 전보다는 4000명 줄었다.


국내에 상주하는 외국인 인구도 마찬가지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 5월 기준 15세 이상 국내 상주 외국인은 156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3만명(9.1%) 증가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춤했던 이들 인구는 지난해부터 이전보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국적별로는 한국계 중국(49만3000명), 베트남(23만4000명), 중국(13만4000명) 순이다. 한국계 중국과 베트남은 1년 전보다 각각 2만1000명, 3만3000명 증가한 반면 중국은 1000명 감소했다.

외국인 상주인구와 취업자가 늘어난 데는 한류 열풍에 따른 외국인 유학생 증가와 정부의 고용허가제 확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체류 자격별 외국인 상주인구를 보면 전문인력(E-1~7) 비자 소지자(6만6000명)가 1년 전보다 41.2%, 비전문취업(E-9) 비자 소지자(30만3000명)가 12.6% 증가했다. 유학생(D-2, D-4-1·7) 비자 소지자(20만명)도 지난해보다 6.3% 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특히 E-9과 E-1~7 체류 자격 쪽에서 전년 대비 많이 증가했다”며 “취업을 목적으로 들어오는 비자이므로 이들 인구가 많이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외국인 취업자 수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령별로는 15~29세(46만3000명)가 전체 인구 중 가장 높은 29.7%를, 30대(43만2000명)가 두 번째로 높은 27.7%를 차지했다.

외국인 취업자 100만명 시대를 맞이했지만 이들 대부분은 질 낮은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어 노동시장 이중구조화가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고용허가제 대상 확대로 E-9 자격 외국인이 증가한 것은 불가피한 인력 불충분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점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건설, 농어업 등 이른바 3D 업종에서의 수요가 늘었다는 뜻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더욱 고착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