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외신인도를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외국환평형채권 5년물) 프리미엄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2주 새 6.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CDS 프리미엄 상승에도 대외신인도 하락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시장에선 이미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며 회복까지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1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CDS 프리미엄은 전날 기준 36.25bp(1bp=0.01% 포인트)로 비상계엄 사태 이후 2주간 2.3bp가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상승 폭을 소폭 반납했지만 여전히 사태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3일엔 37.0bp까지 올랐다. 미국 경기침체 공포 등으로 37.25bp를 찍었던 지난 8월 13일 이후 최고치다.
CDS 프리미엄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대외신인도를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로 국가신용도 위험 수준을 보여준다. 지표가 높을수록 채권 발행 국가·기관의 신용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정부나 외환 당국은 시장과 소통을 강화하며 CDS 프리미엄이 비교적 안정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한다. 정치 변수가 CDS 프리미엄을 끌어올렸지만 국가신용도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시장에선 여전히 경계심을 놓지 않고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선임연구원은 “신용등급에 변함은 없지만 외국인들이 느끼는 한국에 대한 (실질적) 신용도는 12·3 사태 이후 떨어졌다. CDS 프리미엄이 계속 오른다는 건 우리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중장기적으로 길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며 “실제로 외국인 자본은 계속 이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에 의해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한 프랑스를 언급하며 한국도 지금 같은 상황이 장기화하면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프랑스는 수개월간 재정적자와 예산안을 둘러싼 정치권 혼란으로 62년 만에 행정부가 붕괴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무디스는 예정에 없던 프랑스 신용등급 강등을 단행했다”며 “한국도 사태가 장기화하면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미리 경고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복에 오래 걸리겠지만 사태 장기화를 막아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산업연구원도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국가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