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더 빠지면 국무회의 마비”… 살얼음판 위 한덕수

입력 2024-12-17 19:00 수정 2024-12-18 00:10
한덕수(오른쪽 세 번째) 대통령 권한대행과 최상목(오른쪽 두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했지만 탄핵 정국에서의 여야 힘겨루기 중간에 끼면서 살얼음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을 향해 ‘윤석열정부 기조 유지’를 요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소추안 카드로 연일 압박하는 양상이다. 야당의 국무위원 ‘줄탄핵’ 영향으로 국무회의 자체 위기론도 제기된다. 여야 쟁점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거부권) 행사 여부,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 등 굵직한 사안을 두고 한 권한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한 권한대행의 가장 큰 숙제는 국무회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일이다. 지난 15일 국무위원 간담회 자리에서는 “야당 탄핵으로 국무위원이 한 명이라도 더 사퇴한다면 국무회의 성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토로가 나왔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 상황에서 국무회의마저 멈추면 정부의 주요 정책은 전부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헌법상 국무회의는 국무위원 15인 이상일 때 성사된다. 국방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 장관이 공석이라 현재 국무위원은 16명이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면 구성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안 심의 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다수가 수사 대상에 오른 터라 추가 이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 권한대행이 공석인 장관 인사를 단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할 헌법재판관 임명을 두고도 여야 압박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공석인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은 권한대행도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며 임명권 행사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 시각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도 한 권한대행의 머리를 아프게 한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거부권 행사) 기한이 오는 21일까지라 이번 주 안에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결정할 것”이라며 “이르면 18일이나 19일”이라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거부권 행사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민주당의 ‘보복성 탄핵’에 대행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는 말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도 이날 정부로 이송되면서 한 권한대행을 향해 부는 외풍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이 여당 반대로 난항을 겪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가장 좋은 건 6개 쟁점 법안 등이 국정안정협의체에서 충분히 논의돼 방향을 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한 총리는 잠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뿐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니다”며 “소극적 권한 행사를 넘어선 적극적 권한 행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민지 박준상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