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전국 초·중·고교 현장 도입을 앞둔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AI 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명시하는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법률안(단통법 폐지안)과 ‘TV 수신료 통합 징수법’, ‘AI 기본법’도 법사위를 통과해 입법 8부 능선을 넘었다.
법사위는 17일 전체회의에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여당이 반대하는 가운데 재석 위원 18명 중 야당 소속 1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지난달 28일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해당 법안은 AI 교과서를 교과용 도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한다. 교과용 도서는 모든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사용되는 반면 교육자료는 개별 학교장이 활용 여부를 재량껏 결정할 수 있다.
AI 교과서 도입을 줄곧 졸속이라고 비판해온 야당은 효과도 불확실한 정책에 거액의 예산이 들 것이라며 법 개정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교육위 야당 간사인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선 교육자료로 가고 충분히 검증된 이후에 교과서로 채택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해당 개정안을 두고 “교육 발전을 저해하고 교육 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법으로 큰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표결 직후 반박 자료도 냈다. 교원 연수 등이 이뤄지는 시점에 적잖은 혼란이 예상되고, 이미 정부 검정을 통과한 AI 교과서들도 교과서 지위를 상실하므로 소급 입법 원칙 등에 어긋날 수 있다는 취지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 소외계층의 피해가 예상되므로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도록 국회를 최대한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 산업계의 이목이 쏠린 AI 기본법도 법사위를 통과했다. AI 기본법은 정부가 AI산업을 지원하고 규제할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해당 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3년마다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의결을 거쳐 정책 방향과 인력 양성 등의 내용을 담은 AI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한다.
이와 함께 단통법 폐지안과 TV 수신료 통합징수법도 본회의 의결만 남겨두게 됐다. 단통법 폐지안은 공시지원금 제도 폐지 등을 통해 통신사 간 보조금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통신비 부담을 덜겠다는 법안이다. TV 수신료 통합징수법은 올해부터 전기 요금과 분리해 납부받기 시작한 KBS·EBS 수신료를 다시 합쳐 징수하는 게 골자다. 이날 법사위에서 가결된 법안들은 이르면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송경모 기자,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