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이어 독일도 내각 붕괴… 유럽 리더십 위기

입력 2024-12-18 00:00 수정 2024-12-18 00:00
사진=EPA연합뉴스

프랑스의 미셸 바르니에 내각이 최근 의회 불신임으로 무너진 데 이어 독일 정부도 신임 투표에서 패배하며 붕괴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임박해 우크라이나 전쟁 대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앞날 등에 불확실성이 커진 시점에 유럽을 이끄는 두 나라가 정치적 혼란에 빠지자 “최악의 타이밍”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 소속 올라프 숄츠(사진) 독일 총리는 16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실시된 신임안 표결에서 과반(367표)에 크게 미달하는 207표를 얻는 데 그쳤다. 숄츠 총리는 곧바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에게 의회 해산을 요청했다. 총선은 내년 2월 23일 열릴 예정이다. 이는 현행 정치체제가 확립된 1949년 이후 네 번째 조기 총선이다.

독일이 이례적인 조기 총선으로 나아간 가장 큰 이유는 지난달 사민당·녹색당·자유민주당의 연립정부가 붕괴했기 때문이다. 3당 연정은 정치적 성향 차이로 수년간 갈등을 노출해 왔다. 올해 예산안을 두고 사민당과 녹색당은 확장 재정을 주장했으나 중도 자유주의 성향의 자민당은 긴축 재정을 고집했다. 결국 숄츠 총리가 자민당 소속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을 해임하며 연정은 파국을 맞았다.

조기 총선에서 사민당은 정권을 내줄 가능성이 크다. 지난 13일 폴리티코 여론조사 결과 사민당은 17%로 3위에 그쳤다. 중도 우파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이 32%로 1위, 극우 성향 독일을위한대안이 19%로 2위다.

지난 4일 프랑스 하원도 62년 만에 내각 불신임안을 통과시키며 바르니에 내각을 무너뜨렸다.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 끝에 벌어진 일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하야 압박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EU) 대표 국가들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EU 리더십도 위기에 처했다. EU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온 프랑스와 독일 정부가 역할을 해줘야 하는 비상시국인데, 두 나라 모두 ‘제 코가 석 자’인 상황인 것이다. 야나 푸글리에린 유럽외교위원회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EU에 지금의 타이밍은 정말 끔찍하다”며 “여러 위기가 찾아왔는데 EU의 전통 엔진들은 자국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바쁘다”고 지적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