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 원통교회(김광수 목사)는 코로나19 이후 교회학교 부흥을 경험했다. 성도들의 적극적인 전도활동으로 코로나 직후 30여명이었던 교회학교 학생 숫자가 재적 120명을 넘겼다. 다음세대를 향한 큰 꿈을 꾸고 있는 원통교회의 아쉬움은 교회학교를 이끌 전임 사역자가 한 명뿐이라는 것이다. 최근 신학생들이 부교역자 사역에 나서지 않는 데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적 특성 때문에 교회학교 사역 지원자가 거의 없었다.
정승일 교육목사는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역자 구하기가 힘들어 아동부와 청소년부를 저 혼자 맡아 하고 있고 유아·유치부는 평신도 집사님이 설교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정 목사는 “다행인 것은 평신도 교사들의 열정이 남달라 교회학교 내 다양한 사역을 도맡아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더 깊은 신학적 배경을 갖고 사역을 하기 원하는 평신도 8명과 함께 노회가 운영하는 ‘평신도 교회학교 교육사’ 양성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교회 트렌드 2025’(규장)에 따르면 평신도 사역을 뜻하는 ‘포텐셜 레이어티(Potential Laity)’가 주요 키워드 중 하나로 꼽혔다. 책에 따르면 담임목사에게 교회에서 실제 평신도가 하고 있는 사역을 물은 결과 심방(70%)이 가장 많았고, 새가족 교육(44%) 신앙지도(43%) 교육부서 설교(32%) 순으로 나타났다. 또 평신도의 교역자 역할 대체에 대해 담임목사의 10명 중 8명(79%)이 찬성하는 등 평신도 사역이 점차 일반적인 목회 방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각 교단도 ‘교육사’ 등의 이름으로 평신도 교회학교 리더들을 적극적으로 세우는 중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장 김영걸 목사) 용천노회는 지난 10월부터 ‘평신도 교회학교 교육사 세미나’를 열고 있다.
용천노회 훈련원 이남수 원감은 “첫 시작이라 많은 교회가 참여할 거라 생각을 못 했는데 타 교단까지 총 73명이 수업을 신청한 것을 보고 교회마다 얼마나 평신도 사역에 갈급한지 알 수 있었다”면서 “수도권 중형교회조차 사역자를 구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평신도를 리더십으로 키우는 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 원감은 “경기도 A교회는 담임목사와 부목사의 사모들과 성도들 총 10명이 교육사로 나서 다음세대 부흥을 위해 뛰고 있다”고 전했다.
예장통합은 10년 전 총회에서 교회학교 교육사 제도를 신설했고 부산장신대와 부·울·경 지역 노회들이 연합해 교육사를 양성해왔다. 새 회기부터는 교육사를 더 효율적으로 양육하기 위해 본격적인 매뉴얼과 행정적 제반사항을 연구할 예정이다.
예장합동(총회장 김종혁 목사)은 올해 총회에서 ‘교회교육 지도사’ 제도를 통과시켰다. 전임 사역자가 없거나 교회학교가 없는 교회에서 사역할 평신도 교사를 양성하는 게 목적이다. 1년 2학기제로 총신대 교수들이 나서 구약개론 신약개론 기독교세계관 기독교교리 등을 가르친다. 다음 달부터 경북·전북 지역에서 첫 수업을 시작한다.
사역을 담당하는 권진하 총신대 호크마교양교육원 교수는 “평신도 교육사가 교단의 인정을 받아 전임 전도사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므로 이론적인 신학 베이스는 물론 현장 실무자의 경험까지 녹여내는 커리큘럼을 마련했고 주기적으로 자격 유지를 위한 재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라며 “역량 있는 평신도들이 침체한 교회학교를 든든하게 세워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평신도 사역에 대한 조심스러운 시각도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박상규 목사)는 ‘교육사 제도 신설 건’을 2년째 부결시켰다. 올해 총회에서 ‘교단 직분 제도의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나왔다. 충분한 연구를 거쳐 내년 총회에서 다시 다룰 전망이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