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143조 투자에 트럼프 활짝 “모두 내 친구 되고 싶어해”

입력 2024-12-17 18:4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저택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6일(현지시간)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으로부터 향후 4년간 미국에 1000억 달러(143조8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받았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이날 자택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손 회장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소프트뱅크는 10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고 최소 10만개의 미국인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며 “그(손 회장)는 대선 이후 미국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손 회장이 자신의 첫 임기 때 5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던 것을 거론하며 “그들은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또 “많은 다른 사람들도 엄청난 돈을 갖고 (미국에 투자하기 위해) 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손 회장은 투자 배경을 설명하며 “미국 경제에 대한 내 신뢰 수준은 트럼프의 승리로 엄청나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트럼프가 세계에 평화를 다시 가져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농담하듯 “(투자액을) 2000 억 달러로 늘릴 수 있느냐”고 묻자 손 회장은 크게 웃으며 “노력해보겠다”고 답했다. 이에 트럼프는 “좋다. 2000억 달러다”라며 손 회장의 어깨를 두드렸고, 손 회장은 웃으며 “그는 훌륭한 협상가”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투자 약속은 경제 활성화를 대선 캠페인의 핵심으로 삼고 다음 달 취임과 동시에 신속하게 의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트럼프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은 손 회장뿐 아니라 전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트럼프 부부를 만나는 등 취임 전 트럼프와의 관계 구축 노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외교가 사실상 ‘올스톱’ 상태인 한국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이날 회견에서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잇단 만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애플 CEO 팀 쿡,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등과 만난 사실을 거론하며 “나머지도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기 때는 모든 사람이 나와 싸웠지만 이번엔 모든 사람이 내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관세 정책과 관련해 “그들(다른 나라)이 우리에게 세금을 매기면 우리도 같은 금액을 과세할 것”이라며 “거의 모든 경우 그들은 우리에게 세금을 매기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관세와 관련한 협상을 검토 중이냐는 질문에는 “위대한 협상을 할 것이다. 우리가 모든 카드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관세로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지적에도 “관세는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개혁과 관련해 트럼프는 정부효율부 공동수장인 일론 머스크와 비벡 라마스와미가 연간 6조8000억 달러의 연방정부 예산 중 2조 달러를 절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방 공무원들의 재택근무를 비판하며 “일터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들은 해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