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재판관이 6명인 헌법재판소를 9인 체제로 만들지를 놓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국회는 그간 공석이던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 절차를 진행해 왔는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들을 임명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독립적 헌법기관이라 대통령 궐위 시엔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이 가능해도 직무정지 땐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 과거 황교안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 사례가 있지만 그땐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돼 궐위 상태였다는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몫 재판관은 국회 추천 시 대통령이 단순 임명만 하는 것이어서 직무대행이 임명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황 권한대행 사례는 대통령 몫 재판관이라 국회 몫과 사안이 다르다는 것이다.
여야의 주장이 다른 것은 재판관 구성 및 탄핵심판 결정 시기와 관련해 서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겠다는 계산 때문일 것이다. 야당은 6명 체제에선 1명만 반대해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무산될 수 있어 9인 체제를 선호하는 반면, 여당은 그 반대 경우가 더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국가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탄핵심판 문제를 놓고 이렇게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껏 헌재 공백을 방치하다 돌변한 야당도 비판받아야 하지만, 헌재를 정상화하는 일에 반대만 하는 여당 태도도 문제가 있다. 이런 중대 사안일수록 각자의 유불리를 떠나 최대한 순리대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나중에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 몫 재판관 임명은 비상계엄 선포 전인 지난달 중순 여야가 연내 절차를 끝내기로 합의했다. 지난 9일 여야 모두 후보자를 발표하고 국회에 선출안까지 제출한 상태다. 야당은 23∼24일 인사청문회를 열겠다지만 여당은 불참하기로 했다. 하지만 재판관 임명 절차는 계엄과 상관없이 진행해온 일인 만큼 여당이 기존 합의를 지키는 게 맞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모를까 정원을 채울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 건 직무 회피다.
한 권한대행의 임명 권한에 대해선 김정원 헌재 사무처장이 국회에 나와 “임명할 수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 궐위 여부나 대통령 몫이냐 국회 몫이냐는 것을 다 감안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는 속히 청문회를 마치고, 권한대행한테 임명 문제를 맡기는 게 합리적 수순이다. 기왕이면 더 신중히 심리하고 중지를 모으게끔 재판부가 꾸려져야 나중에 결과가 나와도 더 많은 이들이 승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