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저녁 7시30분.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 십자가 탑 주변으로 삼삼오오 청년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날 갓플렉스(God Flex) 집회를 마치고 나온 이들이었습니다. 오후 2시30분부터 손뼉 치며 찬양하고, 강연자 이야기에 울고 웃고 가슴 치며 기도하기까지 5시간이나 지난 후였지만 피곤한 기색은 없었습니다.
둥글게 원을 그리며 모인 청년들은 조용히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리고 기도했습니다. “혼란한 시대에 먼저 기도로 신앙을 일깨우는 크리스천이 되게 하옵소서.”
2020년 7월 시작을 알린 국민일보 갓플렉스는 시대적 환경 속에 위축된 크리스천 청년들이 새로운 비전을 발견하고 도전의식을 갖게 하는 ‘청년 응원 프로젝트’였습니다. 올해까지 다섯 번째 시즌을 이어오는 과정에서 모든 프로그램이 종료된 후에도 집회장 주변에 모여 교제를 나누는 청년들의 모습은 가장 의미 있던 장면이었습니다.
부산(4월) 청주(6월) 천안(9월)에서 열린 갓플렉스의 집회 후 모임에서 청년들이 각자의 신앙과 그 공동체를 돌아보는 교제의 장을 가졌다면 지난 15일 올해 마지막 갓플렉스에선 교회를 넘어 사회로 시선을 돌리는 모습이 엿보였습니다.
최근까지 이어졌던 대통령 탄핵 집회에서 과거와 달리 20대 참가자들이 많아진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특히 20대 여성의 적극적인 참여는 대한민국의 집회 문화에 새로운 획을 긋는 하나의 현상으로도 조명되고 있습니다.
연령대별 기독교인 중 18~29세(13%) 비율이 가장 낮은 것(한국리서치 ‘2024 종교인식조사’)은 한국교회가 직면한 냉혹한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갓플렉스를 통해 청년들이 자신의 일상적 고민은 물론, 광야 같은 험난한 시대 상황에 대응하는 크리스천으로서의 태도와 방향성을 되새기는 기회를 얻었다는 건 큰 의미가 있습니다.
시인 정호승은 시 ‘굴비에게’에서 청년세대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강한 바닷바람과 햇볕에 온몸을 맡긴 채 / 꾸덕꾸덕 말라가는 청춘을 견디기 힘들지라도··· 별을 바라보면서 / 비굴한 눈빛으로 바라보지 말기를.’
청년세대의 취업률 자살률 등 각종 지표는 여전히 긍정보단 부정을 가리킵니다. 하지만 광야 속 크리스천으로서 가질 본질적 태도를 발견한 청년들은 우리 사회에 희망을 확산할 주체가 될 것입니다. 갓플렉스가 이 시대 청년들에게 희망의 별을 함께 바라볼 또 다른 청년을 만나게 해주는 ‘보물 지도’가 될 수 있길 기도합니다.
글·사진=최기영 김수연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