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한 지 사흘 만에 여야에서 권한대행의 권한을 자의적으로 규정하는 주장이 나란히 터져 나왔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양곡법 등 민주당이 일방 처리한 6개 법안과 관련해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아니다. 소극적 권한 범위를 넘어선 거부권 행사는 옳지 않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거부권을 행사하면 (한 권한대행을) 탄핵하겠다”는 겁박도 서슴지 않았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9인 재판부가 갖춰지도록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다른 주장과 상충된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거부권은 가로막고 임명권은 재촉하며 권한대행 역할을 입맛대로 주무르려 하는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날 갑자기 “한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주장을 들고 나온 것도 정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6인 재판부를 고수해 탄핵 인용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낮추고, 논란을 키워 ‘이재명 재판’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탄핵심판을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거꾸로 양곡법 등 6개 법안에는 거부권을 적극 행사하라고 상반된 주문을 하며 민주당과 정반대 목소리를 냈다. 국정 안정을 위해 권한대행 체제의 정착에 앞장서야 할 여당이 정치공학적 셈법에 따라 ‘권한대행의 권한 논란’을 부추기고 나선 셈이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는 국가 리더십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조치였다. 위헌·위법 혐의의 대통령 직무를 정지하고 수립한 권한대행 체제는 법에 따라 이뤄졌기에 당연한 권한과 권위를 갖는다. 모든 구성원의 존중 속에 국가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 사태를 초래한 정치권이 힘을 실어줘도 모자랄 판에 철저히 정략적인 이유로 도리어 흔들어대고 있다. 나라도 국민도 안중에 없는 당리당략의 정치 행태가 국정을 망치더니 국가 정상화마저 훼방하려 한다. 당장 멈춰야 할 것이다.